전기요금 올리면 뭐하나...치솟는 전력도매가 ㎾h당 270원 육박

한국전력이 4분기 전기요금 연료비 조정단가 발표를 앞두고 있는 30일 서울 도봉구 주택가에 전기계량기가 설치돼 있다./강진형 기자aymsdream@

한국전력이 대규모 적자 해소를 위해 올해 4분기 전기요금을 ㎾h당 7.4원 인상한 가운데 실효성이 떨어질 것이라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한전이 발전사로부터 전기 구매 시 적용하는 전력도매가격(SMP)이 연일 최고가를 경신하며 인상분을 상쇄하고 있기 때문이다. 겨울철 난방수요가 본격화할 경우 늘어나는 전력사용량으로 인한 한전의 적자 규모도 빠르게 증가할 수 있다.

8일 전력거래소에 따르면 지난 6일 육지 기준 SMP는 킬로와트시(㎾h)당 268.17원으로 일평균 최고가를 경신했다. 이달 4일 기록한 역대 최고치(265.47원)를 불과 이틀 만에 갈아치운 셈이다. 이달 월평균(1~7일) SMP 역시 250.54원으로 전달(232.82원) 대비 7.6% 오르며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한전은 올 상반기 전력을 kWh당 169원에 구매해 평균 110원에 판매하며 59원의 적자가 발생했다. 전력 생산의 주요 에너지원인 액화천연가스(LNG) 가격이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장기화로 가파르게 치솟은 결과다. 일본·한국 천연가스 가격지표(JKM)기준 LNG 현물 가격은 지난달 말 기준 MMBTu당 44.55달러를 기록하며 올해 1월(26.46달러) 대비 68.3% 올랐다.

이 상태가 연말까지 지속할 경우 한전은 4분기 전기요금 인상에도 불구하고 전력 구매에 들어가는 비용이 더 빠르게 오를 수 있다는 얘기다. 앞서 한전은 산업통상자원부에 4분기 손익분기점을 맞추려면 연료비 조정단가를 ㎾h당 50원 올려야 한다고 보고했으나 추가 인상분으로 ㎾h당 2.5원 올리는 데 그쳤다.

적자경영을 이어가기 위한 회사채 역시 한계에 이르고 있다. 지난달 말까지 한전의 누적 회사채 규모는 60조5000억원이다. 대규모 적자로 내년 사채 발행 한도의 기준이 되는 자본금과 적립금이 대폭 삭감돼 사채 발행이 불가능해진다. 한전은 올해 상반기에만 14조원의 영업손실을 냈고, 연료비 상승으로 연간 30조원 이상의 적자가 우려되고 있다.

정부는 대안으로 발전단가가 낮은 원전 가동률을 최대한 끌어올려 전력 단가를 낮추고 공공기관을 중심으로 대대적인 에너지 절감에 나선다는 계획이다. 이창양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은 전날 '공공기관 에너지 다이어트 10 실천 결의' 행사에서 "전례 없는 에너지 비상 상황에서 에너지 다이어트는 단순히 에너지 사용량을 줄이는 것이 아닌 우리 경제의 생존을 좌우하는 과제"라고 경고했다.

유승훈 서울과기대 에너지정책학과 교수는 "최근 한전의 전기요금 인상에도 불구하고 당분간 높은 LNG 가격으로 인해 적자 상태가 내년까지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세종=이동우 기자 dwlee@asiae.co.kr<ⓒ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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