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범죄피해자보호기금, 피해자 직접 지원하는 경찰 몫은 고작 3%

경찰 신변보호 등 활용 기금 턱없이 부족
법무부 간접 지원 중심으로 기금 사용
"법무부 지원사업 경찰에 이관해야"

[이미지출처=연합뉴스]

[아시아경제 공병선 기자, 박준이 기자] 범죄 피해자들을 돕고자 만든 기금을 경찰이 활용하지 못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피해자들에게 신속하고 충분한 지원을 하기 위해선 법무부가 관리하고 있는 일부 지원사업을 경찰에 이관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7일 법제사법위원회 소속 김남국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에 따르면 올해 법무부의 범죄피해자보호기금 가운데 경찰이 사용한 금액은 31억원인 것으로 나타났다. 올해 범죄피해자보호기금 전체 지출은 1001억원으로 경찰이 사용한 금액은 약 3%에 불과한 셈이다.

범죄피해자보호기금은 범죄 피해자들을 보호하고 지원하기 위해 조성된 기금이다. 지난달 발생한 '신당역 스토킹 살인사건'와 같은 스토킹범죄뿐만 아니라 살인, 강도, 강간 등 강력범죄 피해자도 범죄피해자보호기금을 통해 신변보호 등을 지원받을 수 있다. 범죄피해자보호기금은 ‘범죄피해자보호기금법’에 따라 법무부장관이 관리·운용한다. 범죄피해자보호기금의 주요 재원은 벌금이며 이외 민간 출연금, 기금 운용 등으로 생기는 수익금도 기금으로 활용된다.

경찰은 범죄피해자보호기금을 통해 범죄 피해자들을 직접 지원하고 있다. 안전조치 대상자들에겐 스마트워치를 대여하고 필요할 경우 피해자들에게 임시숙소를 지원해준다. 아울러 강력범죄 피해자 주거지의 혈흔 제거 등 특수 청소 지원도 사업에 포함돼 있다.

하지만 턱없이 부족한 기금에 경찰의 직접 지원은 어려운 상황이다. 지난해 스토킹처벌법이 시행되면서 신변보호 건수는 지난해 2만건을 넘어섰지만 이를 감당할 예산이 없다. 경찰 관계자는 “우리도 사건 발생 단계에서부터 피해자들을 지원하고 싶은데 기금 사용에 대한 결정권은 법무부가 가지고 있다”며 “법무부도 나름의 사업을 범죄피해자보호기금을 통해 하고 있어서 경찰이 적극적으로 활용하기엔 한계가 있다”고 말했다.

신속한 피해자 지원도 이뤄지지 않는다는 지적이 나온다. 법무부의 업무는 현장과 거리가 먼 탓에 빠른 지원이 필요한 피해자들에겐 유명무실한 제도라는 것이다. 경찰 관계자는 “피해 발생 단계나 수사 단계에서부터 피해자들은 보호받길 원하지만 검찰에 요청하고 승인받는 데까지 오랜 시간이 걸린다”며 “사건이 검찰에 송치된 후에야 지원금이 나오는 경우도 있다”고 말했다.

법무부는 피해자의 직접 지원보다 간접 지원에 기금의 상당 부분을 활용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경찰뿐만 아니라 여성가족부, 보건복지부 등 피해자들을 간접적으로 지원하는 부처들도 기금을 사용하기 때문이다. 올해 기준 범죄피해자보호기금의 53%는 간접 지원 사업에 활용됐다. 이 사업엔 피해자 회복 센터나 상담소 및 보호시설, 아동보호전문기관 운영비 지원 등이 주로 포함돼 있다. 정의롬 부산외대 경찰행정학과 교수는 '범죄피해자보호기금 운용상 문제점 및 개선방안'이란 논문을 통해 "피해자 중심 사업이 아니라 사업담당기관의 관점에서 예산 배정되거나 사업 체계 구성되는 경향 있다"고 지적한 바 있다.

김 의원은 “수요자 중심의 기금 편성 및 집행이 필요하다”며 “최근 문제되고 있는 보복범죄는 경찰 수사단계에서 주로 발생한다는 점을 반영해 법무부가 담당하고 있는 주거이전과 치료비 등 지원사업을 경찰로 이관하는 방안을 추진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공병선 기자 mydillon@asiae.co.kr박준이 기자 giver@asiae.co.kr<ⓒ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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