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산' 방점찍은 한화, 구조조정·노사갈등 숙제

2008년 6조원대 인수 추진
가격 낮아져 사업 확대 수월
탈탄소 친환경 기술개발 탄력
상선 부문 줄일지 여부 촉각

경남 거제시 아주동 대우조선해양 옥포조선소에서 작업자가 분주히 이동하고 있다. [이미지출처=연합뉴스]

[아시아경제 오현길 기자, 최서윤 기자] 한화그룹이 한차례 고배를 마셨던 대우조선해양 인수에 나선다. 방산을 주축으로 추진하고 있는 그룹의 사업구조 개편 작업과 시너지가 나타날 것이란 전망이다. 2001년 워크아웃 졸업 이후 21년 만에 새 주인을 맞은 대우조선해양은 역대급 수주 실적을 기반으로 고부가가치 선박에 대한 경쟁력 강화에 나설 추진력을 얻게 됐다는 분석이다. 조선업계는 이번 매각을 두고 공정한 경쟁 구도가 마련됐다면서 환영의 입장을 밝히고 있지만, 과당 경쟁으로 인한 문제가 해소되지 않은 만큼 상황 변화에 예의주시하고 있다.

'방산'에 방점 찍은 한화…특수선까지 영역확장

한화는 지난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로 대우조선해양 인수를 포기해야 했었다.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은 당시 경영진 회의를 소집한 자리에서 "이 자리에서 대우조선 인수를 반대하는 임원이 있다면 회사를 떠나라"고 강조할 만큼, 대우조선 인수에 강력한 의지를 내보였었다. 대우조선해양 인수에 한화가 또다시 팔을 걷어붙인 이유다.

대우조선해양은 특수선 사업 부문에서 한화와 LIG넥스원 등 방산 기업들의 시스템을 적용하고 있다. 대우조선해양이 한화에 인수되면 구축함, 호위함, 잠수함 등 특수선 사업에서 한화의 차세대 방산 기술을 접목해 기술력을 한층 높일 수 있을 것으로 평가된다.

한화는 ㈜한화, 한화시스템, 한화디펜스 등 계열사가 방산사업을 하고 있다. 한화시스템은 함정전투체계, 해양무인체계, 통합기관제어체계 등을 전담 연구하는 해양연구원도 운영 중이다. 업계 관계자는 "상선이나 해양플랜트 사업보다는 당장 시너지를 낼 수 있는 방산 부문을 더 키울 것으로 보인다"며 "다만 최근 계약한 상선 인도 시점이 2027년이고 일감을 받아놓은 게 많아서 당장 상선 사업 부분을 줄일 수는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과거보다 낮아진 인수 가격 덕에 여유 자금을 조선과 방산 사업역량을 키우는 데 투입할 수 있는 여건도 만들어졌다. 한화는 2008년에도 글로벌 역량이 있는 신규사업 진출을 위해 대우조선해양 인수를 추진한 바 있다. 결국 무산됐지만, 인수 추진 과정에서 6조3000억원이 들어간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거론되는 대우조선해양 인수가는 2조원대다. 과거보다 훨씬 낮은 가격에 통으로 사들이게 되는 것이다.

재계 관계자는 "한화그룹 핵심역량에 대우조선의 설계, 생산 능력을 결합하면 대우조선 조기 흑자전환과 육해공 통합 방산업체로 발돋움이 가능할 것"이라며 "친환경 에너지 사업으로의 신성장 동력에도 탄력을 받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21년 주인 없는 설움 끝…'고부가선' 성장동력

장기 불황에 빠졌던 조선업은 지난해부터 수주액을 늘리며 회복기에 접어들었다. 향후에도 신규 선박 수요가 늘어날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대우조선해양도 실적 개선이 기대된다.

현재까지 대우조선해양의 수주액은 86억달러로 올해 수주 목표인 89억달러의 상당 부분을 채웠다. 지난 22일에도 오세아니아 지역 선주로부터 액화천연가스(LNG) 운반선 2척을 5959억원에 수주하면서, LNG운반선 30척과 컨테이너선 6척, 해양플랜트 1기 등 일감을 확보했다. 수주잔고는 288억달러(8월 말 기준)로 약 3년 반 정도의 물량을 확보한 상태다.

고부가가치선으로 꼽히는 LNG선을 중심으로 수주를 따내고 있지만 탈탄소 친환경 기술 도입이 시급하다. 한화그룹 인수 이후 그룹 지원을 바탕으로 친환경 선박 기술 개발이 탄력을 받을 것으로 기대된다. 재계 관계자는 "한화는 그린에너지 사업 능력을 강화하는 차원에서 대우조선해양의 해상풍력선 제작기술을 활용해 해상풍력 발전 사업을 본격화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다만 한화그룹이 인수 이후 대우조선의 사업구조를 어떻게 전환할지에 대한 구체적인 세부 내용이 확정되지 않은 상태다. 방산부문을 키우는 대신 상선부문을 줄일지 등 향후 방향성에 따라 인력 구조조정도 불가피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 과정에서 노사 갈등도 우려된다. 최근 사내하청 노동자들의 파업 사태로 노사가 진땀을 뺀 상황에서 인수에 따른 입장차가 발생할 공산이 크다. 그동안 노조가 반대해온 분리 매각이 아닌 통매각으로 진행되지만, 인수 후 통합작업 과정에서 잡음이 불가피할 것이란 관측이다.

조선업계 관계자는 "조선업계는 과잉 공급으로 인한 과당 경쟁이 근본적인 문제였는데 제3의 회사가 인수를 해 완전히 구조조정을 하지 않는 이상 그런 상황은 유지될 것"이라며 "다만 인수 이후 방향성이 나와야 사업성이나 경쟁력 등을 판단할 수 있다"고 말했다.

오현길 기자 ohk0414@asiae.co.kr최서윤 기자 sychoi@asiae.co.kr<ⓒ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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