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리핀, 친중에서 친미로 노선 트나…마르코스, 美 바이든과 첫 회담

마르코스, 美와 관계 강화 의지 표명
남중국해 평화적 해결 의사 전달
中 필리핀 친미 노선에 불편한 심기

페르디난드 마르코스 필리핀 대통령(왼쪽)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오른쪽)이 22일(현지시간) 미국 뉴욕에서 정상회담을 하고 있다. [이미지출처=AP연합뉴스]

[아시아경제 이지은 기자] 페르디난드 마르코스 필리핀 대통령이 21일(현지시간)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의 첫 정상회담에서 양국 간 동맹의 중요성을 재차 강조하고 나섰다. 마르코스 대통령은 전임 정부와 달리 미국과의 관계 강화 의지를 표명하는 등 친중 노선에서 탈피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두 정상은 이번 회담에서 미국과 필리핀의 안보 관계, 러시아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빚어진 세계 경제 위기 등을 논의했다. 중국과 필리핀 간의 영유권 분쟁이 발생한 남중국해와 관련해서는 상공 비행의 자유와 분쟁의 평화적 해결에 대한 지지를 확인했다.

이날 회담에서 바이든 대통령은 "필리핀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을 즉각 비난할 동맹국 중 하나"라고 언급했다.

이에 마르코스 대통령은 "우리 지역의 평화를 유지하는 데 있어 미국의 역할이 높은 가치로 평가되고 있다"며 "필리핀은 당신의 파트너이며 동맹이자 친구"라고 화답했다. 또한 그는 "필리핀과 미국이 100년 넘게 맺어온 관계가 새로운 도전에 직면해 있다"며 양국 관계가 전환의 갈림길에 서 있다고 언급했다.

마르코스의 대통령은 친중 노선을 취한 전임 로드리고 두테르테 대통령과 정반대의 행보를 걷고 있다는 점에서 주목받는다. 두테르테 대통령은 미국의 외교정책을 비판하는 한편 중국의 선박이 영유권 분쟁 지역인 남중국해 일대에 장기간 머무는 중에도 강경한 태도를 취하지 않았다. 또한 2020년에는 필리핀에 입국하는 미군의 의무와 권리를 명시한 방문국 협정(FVA) 종료를 일방적으로 통보해 미국과의 군사 동맹 관계를 느슨하게 만들고 있다는 비판을 받기도 했다.

반면 중국에 대해서는 '일대일로(一帶一路:육상·해상 실크로드)' 포럼에 참석하고 남중국해 천연자원 공동탐사 계획을 세우는 등 협력을 모색하는 모습을 보였다.

전임 정부와 달리 마르코스 대통령이 친미 노선으로 방향을 튼 배경에는 중국과의 영유권을 둘러싼 이득을 취하기 위한 셈법이 깔려있다. 마르코스 대통령은 지난 20일 유엔총회 연설에서 "남중국해 논란 등은 국제법의 예측 가능성과 안정성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해결해야 한다"며 중국을 압박했다.

중국은 필리핀의 행보에 불편한 심기를 드러냈다. 류젠차오 중국 공산당 중앙위원회 국제부장은 21일 " 필리핀과 미국 양국 간의 관계에 아무런 이견이 없다"면서도 "우리와 필리핀의 관계는 긴 여정을 함께하고 있으며 마르코스 대통령이 중국을 방문할 수 있도록 필리핀 정부와 협의하겠다"고 밝혔다.

이지은 기자 jelee0429@asiae.co.kr<ⓒ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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