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우 재건 투자?…'자연재해 ETF가 한국만 쏙 뺀 이유를 보라'

서울 등 중부지방을 중심으로 기록적인 폭우가 내린 9일 한강이 흙탕물로 변해 있다. /문호남 기자 munonam@

[아시아경제 황준호 기자] 80년 만에 기록적인 폭우가 내리는 가운데 폭우 재건 사업 등 위기를 기회로 보려는 투자자들의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그런데 이 같은 투자 전략의 실제 수익률은 크게 좋지 않다는 분석이 나온다. 정부 주도의 재건사업이 이뤄져 시장 경제에 따른 각 종목의 실적 확보가 쉽지 않다. 이 같은 이유로 미국에 상장된 자연재해 상장지수펀드는 '한국에 상장된 기업은 투자 대상에서 제외한다'는 규정이 있을 정도라는 분석이 나온다.

설태현 DB투자증권 연구원은 "지난 6월에 미 증시에 상장한 '자연재해 복구 ETF'의 기초지수 산출 과정을 살펴보면 특이하게 대만과 한국에 상장된 기업은 제외한다는 조건이 있다"라며 "국내는 자연재해 복구가 정부 주도로 이뤄지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시장경제에 의한 수혜를 기대하기 어려운 편이기 때문"이라고 10일 밝혔다.

2012년 이후 10년 간 자연재해 복구에 11조7000억원이 투입됐는데 국고 및 지방비가 9조7000억원으로 85%에 달할 정도로 정부 주도로 복구작업이 펼쳐졌다. 이에 따라 이 ETF는 일본, 캐나다, 미국 등의 종목 또는 ETF를 담고 있지만 국내 기업에는 투자하지 않고 있다.

설 연구원은 국내 자연재해 수혜 종목들의 실제 주가가 재해 이후 오히려 떨어졌다고 분석하기도 했다. 단기 수혜에 그치면서 장기 투자 가치가 떨어져 ETF에 담지 않았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그는 "국내도 호우로 인한 피해가 가장 큰 만큼 매년 여름이 되면 장마, 홍수, 폭우 등의 키워드와 관련한 수혜기업을 찾으려는 움직임이 나타난다"며 "하지만 해당 기업들의 2000년 이후 월별 수익률을 살펴보면 오히려 호우가 집중되는 7, 8월 평균 수익률이 그렇지 않은 기간 보다 더 낮았다"고 밝혔다.

통상 렌터카, 폐기물 처리 업체, 농기계, 비료 등과 관련한 기업들이 호우로 인해 회자되고 있지만, 재해 발생 전후 실제 이들 업종의 월 평균 수익률은 평시보다 낮았다는 얘기다.

그는 "실적 개선이 뒷받침되지 않는 기대감에 의한 밸류에이션 변화는 지속기간이 한 달도 되지 않는 만큼 투자 시 주의가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황준호 기자 rephwang@asiae.co.kr<ⓒ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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