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주 회암사지 유적' 유네스코 세계유산 등재 자격 얻는다

필수 '잠정목록' 이름 올려…최소 1년 지나면 자격 주어져
"불교 선종 문화의 번영·확산 증명하는 탁월한 물적 증거"

'양주 회암사지 유적'이 유네스코 세계유산 등재를 위한 관문인 '잠정목록'에 올랐다. 문화재청은 양주 회암사지 유적이 지난 20일 유네스코 세계유산 잠정목록(Tentative List)에 등재됐으며 세계유산센터 공식 홈페이지에도 최종 게재됐다고 26일 전했다. 세계유산 잠정목록은 세계유산에 등재할 만한 가치가 있는 유산들을 모은 일종의 예비 목록이다. 세계유산으로 등재하려면 반드시 거쳐야 하며 최소 1년이 지나야 등재 신청 자격이 주어진다.

양주 회암사는 12세기에 창건됐다고 추정되는 절이다. 인도 출신 승려 지공이 건립하고 제자인 나옹이 규모를 확대했다고 전한다. 당대 최고 장인들이 전국 최대 규모 가람(伽藍)으로 조영해 대규모 불사(佛事)가 단행됐다. 회암사는 조선 전기에 더욱 부흥했다. 태조는 왕위를 물려주고 무학대사와 이곳에서 함께 생활했다. 불심이 깊었던 효령대군은 회암사 중창에 각별한 관심을 가졌으며, 정희왕후와 문정왕후는 대대적 중창(重創)을 지시했다. 그러나 불교계가 쇠퇴하는 흐름을 이기지 못하고 쇠락해 서서히 폐사됐다.

1964년에 사적으로 지정된 회암사지에서는 1997년부터 열 차례 발굴조사가 진행됐다. 그 결과 궁궐과 유사한 건축양식을 갖추고 있음이 확인됐고, 왕실에서만 제한적으로 사용된 도자기류와 기와류 등 귀중한 유물이 다량으로 출토됐다. 상당수는 명문이 새겨져 있어 후원자와 제작 시기를 알 수 있다. 하나같이 최고급품이라서 당시 회암사의 위상이 상당했음을 짐작하게 한다. 유적은 건물지 약 일흔 동이 확인된 중심 사역과 부도·석등·비석 등 고승들의 기념물로 나뉜다. '양주 회암사지 사리탑' 등 보물 네 건을 포함해 지정문화재 아홉 건이 있다.

문화재청은 유네스코에 제출한 잠정목록 신청서에 14세기 동아시아에 만개했던 불교 선종 문화의 번영과 확산을 증명하는 탁월한 물적 증거라는 점 등을 '탁월할 보편적 가치'로 제시했다. 양주 회암사지 유적을 포함해 유네스코에 등록된 우리나라의 세계유산 잠정목록은 열세 건이다. 앞서 이름을 올린 유산은 '설악산 천연보호구역', '강진도요지', '남해안 공룡화석지', '중부내륙산성군', '대곡천암각화군', '염전', '우포늪', '외암마을', '낙안읍성', '한양도성', '화순 운주사 석불석탑군', '가야고분군' 등이다.

이종길 기자 leemean@asiae.co.kr<ⓒ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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