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사서비스 수요 폭발했지만…노동 강도 심화는 풀어야 할 숙제

최근 2년 결제액 두 배 증가
김치 담그기 등 추가 업무 강요
지나친 노동감시 35% 경험
수요자 중심 평가 시스템 등 영향

21일 서울 용산아트홀 지하1층 전시장에서 열린 일구데이 행사에서 구직자들이 채용 정보를 살펴보고 있다. 서울 용산구·성동구·중구가 공동으로 주관한 이번 행사에는 구인기업 10곳이 참석했다. 기업들의 업종은 시설 청소, 식당 배식, 산모·신생아 도우미, 주차 관리 등이며 모집 대상은 20~65세며 근무시간, 임금은 업체·직무별로 다르다. /문호남 기자 munonam@

[아시아경제 장세희 기자]코로나19 방역조치 완화로 재택근무가 종료되면서 돌봄·가사에 대한 부담은 더욱 커지고 있다. 하지만 가사노동자들의 노동조건은 여전히 열악한 것으로 나타났다.

청소업체에 소속돼 서울 강남구에서만 6년째 가사 노동을 하고 있는 심은희씨(52·가명)는 "청소만 해주기로 했지만 야채 다듬기, 김치 담그기 등 추가 업무를 시켰다"고 밝혔다. 재택근무가 종료된 이후 가사서비스의 수요가 늘어났지만 업무 강도는 이전보다 높아진 것을 실감하고 있다.

심씨는 "시키는 대로 하지 않으면 4시간을 다 채우지 못하고 나가라고 하는 경우가 있어 아무 말도 하지 못한 채 업무를 마쳤다"고 말했다. 김복순씨(43·가명)는 육체노동의 피로보다는 감정 노동을 호소하고 있다. 김씨는 "돌봄·가사 등에 해당하지 않는 일을 시켜 하지 못하겠다고 하자 이용자가 신경질을 내며 화풀이를 했다"며 "평점을 적게 주거나 회사에 욕을 할까 봐 내키진 않았지만 이용자에게 사과를 했다"고 밝혔다.

통계청에 따르면 가사서비스 결제 금액은 2017년 기준 7조5000억원에서 2019년에는 200% 이상 증가했다. 가사서비스 노동자도 2019년 기준 60만명을 기록했다. 가사노동자들은 1만5500원~1만8000원가량의 시급을 받으며 하루 4~8시간 내외 일을 하고 있다. 하지만 업무가 표준화되지 않아 노동 강도가 다르고 정해진 업무 외에 부가 노동을 요구하더라도 거절하기 어려운 것으로 나타났다.

지나친 노동 감시·인격 무시 등 경험…온디맨드 평가 시스템 개선해야

김재민 서울노동권익센터 정책연구팀 연구위원이 분석, 발표한 ‘가사노동시장의 변화와 가사노동실태’를 보더라도 가사노동자들은 지나친 노동 감시(34.6%), 인격 무시(22.5%), 성희롱 및 성폭행 위험(5.8%)을 경험했다.

이 같은 현상은 ‘온디맨드(수요자 중심)’ 시스템이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용자의 평가 시스템이 강조되고 근로자는 더 좋은 평점을 얻기 위해 추가 노동을 수행하면서 노동 강도가 심해지고 있는 것이다.

인터넷에도 지역별 가사 도움 전문 업체와 시터 채용 등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최근에는 이용자와 근로자 모두 원하는 시간대와 항목 등을 선택할 수 있도록 서비스가 세분화됐다. 서울 금천구에 살고 있는 이민희씨(36·가명) "설거지랑 밥·반찬만 안 하더라도 시간이 훨씬 절약 된다"며 "가사노동자들의 정책 지원이 충분히 이뤄져 질 좋은 서비스를 제공받으면 더 좋을 것 같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김태기 단국대 경제학과 교수는 "가사서비스에 종사하는 분들의 경우 노동의 범위가 과도하게 넓은 상황"이라며 "정형화된 기준이 마련되지 않고, 수요자 중심의 평가로 업무 환경이 매우 열악한 상황"이라면서 "법 제도화를 통해 가사노동자의 업무 범위, 국가적 정책 지원 등이 마련돼야 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장세희 기자 jangsay@asiae.co.kr<ⓒ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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