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유리기자
롯데백화점 상품본부가 서울 삼성동 시대를 열었다. 백화점 핵심 조직인 상품본부를 시작으로 정준호 대표가 공언한 ‘일하는 공간과 방식의 대대적인 변화’가 본격화한다.
25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롯데백화점 상품본부는 전날부터 삼성동 위워크에 새 둥지를 꾸리고 본격적인 업무를 시작했다. 정 대표 역시 삼성동과 소공동 등을 오가며 직원들과 함께 업무에 나선다. 사무실은 공유 오피스 특유의 자유로운 분위기에 백화점 상품본부와 걸맞은 팝한 컬러로 꾸몄다. 프리츠한센, 아르테미드 등 MZ세대(밀레니얼+Z세대)에게 인기 있는 가구와 소품이 배치됐다. 이효완 롯데백화점 상품본부(MD1) 본부장(전무)은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새 사무실을 공개하며 ‘스타트업 스피릿(정신)으로 시작하는 첫날’이라고 밝히기도 했다. 롯데백화점 관계자는 "상황에 따라 집중형, 개방형 등으로 업무 분위기를 선택할 수 있다는 점에서 상품본부 내부적으로도 첫 인상에 높은 점수를 주고 있다"고 말했다.
이는 지난해 11월 롯데백화점 새 수장이 된 정 대표가 직원들에게 ‘롯데백화점에 다닌다’는 말에 자부심을 느낄 수 있도록 하겠다고 밝힌 데 따른 후속 조치 중 하나다. 올 초 ‘상품·마케팅·디자인’ 3개 축 강화를 골자로 한 조직 세팅을 완료하고 ‘트렌드를 이끄는 롯데’로의 변화를 선언한 것과도 일맥상통하는 조직문화의 변화다. 정 대표는 인트라넷에 ‘#주노 뭐하니?’ 코너를 통해 자신의 일상과 전하고 싶은 메시지 등을 공유, 직원들과 적극적인 소통에 나서는 한편, 격의 없는 대화가 가능한 분위기를 조성하고 있다.
롯데백화점은 이 같은 변화를 현재 단계적 리뉴얼을 진행 중인 롯데백화점 본점에도 투영하고 있다. ‘요즘 사람들’이 많이 찾는 카테고리에 과감히 공간을 투자하고, 프리미엄 브랜드·체험형 콘텐츠 강화에 나서면서 ‘트렌디한 롯데’로 거듭나는 데 역량을 집중하고 있다. 지난해 6월 매장 면적을 기존 대비 30% 이상 늘린 ‘골프관’, 7월에 문을 연 ‘남성해외패션 전문관’ 등이 대표적이다. ‘루이비통 맨즈’ 등 30여개 남성 명품 브랜드를 한데 모아 리뉴얼 오픈 후 지난해 약 2배에 가까운 신장률을 기록했다. 이달엔 지하 1층 향수 매장 면적을 기존보다 2배 이상 넓혀 2030세대 타깃 효과를 노렸다.
엔데믹(감염병 주기적 유행) 시대를 맞아 대대적인 투자에도 나선다. 5년간 롯데그룹의 총 투자액 37조원 가운데 유통 부문엔 8조1000억원이 투자된다. 이 중 백화점 투자 규모는 4조7000억원이다. 정 대표가 공언한 ‘강남 1등 점포’를 위해 강남점·잠실점 리노베이션에 1조1500억원이 들어간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건강한 조직문화가 창의적인 아이디어를 낳고, 최종 소비자에게 닿는 브랜드, 상품, 서비스를 변화시키는 선순환을 불러온다는 점에서 이 같은 변화는 중장기적인 경쟁력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김유리 기자 yr61@asiae.co.kr<ⓒ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