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집트 재무장관 '식량위기 때문에 전세계 수백만 명 아사 위험'

[사진 제공= 신화연합뉴스]

[아시아경제 박병희 기자] 세계 최대 밀 수입국인 이집트의 재무장관이 우크라이나 전쟁이 야기한 식량위기 때문에 전세계에서 수백만 명이 목숨을 잃을 수 있다고 경고했다.

22일(현지시간) 주요 외신에 따르면 영국을 방문 중인 모하메드 마이트 이집트 재무장관은 전 세계적인 식량 불안 위기를 경고했다. 마이트 장관은 "식량 위기는 우리가 매우 걱정해야 할 중요한 문제"라며 "식량 위기 때문에 잘못도 없는 수백만 명의 사람이 죽는 것을 목격한다면 우리에게 매우 부끄러운 일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앞서 안토니오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도 우크라이나 전쟁 때문에 수천만 명이 기아에 허덕일 수 있다고 경고했다. 구테흐스 사무총장은 "우크라이나 전쟁, 기후변화, 코로나19 팬데믹(세계적 대유행) 때문에 식량 위기가 몇 년간 지속될 수 있다"고 말했다.

주요 7개국(G7)은 지난주 유엔과 함께 '식량 안보를 위한 세계동맹(Global Alliance for Food Security)'이라는 기구를 발족시켰다. 이 기구는 가난한 국가들이 기아를 피할 수 있도록 식량, 비료, 에너지를 지원하고 금융 지원도 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이집트는 세계 최대 밀 수입국으로 우크라이나 전쟁이 발발하기 전 수입하는 밀의 80%를 러시아와 우크라이나에서 들여왔다.

이집트는 치솟는 물가 탓에 경제가 불안한 상황이다. 밀 공급이 불안해지면서 식료품을 중심으로 물가가 급등하고 있다. 이집트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전쟁이 발발하기 전 5% 수준이었으나 현재 14.5%로 뛰었다. 지난주 이집트 중앙은행은 물가를 잡기 위해 기준금리를 한꺼번에 2%포인트 인상했다.

밀 공급 불안으로 인한 빵 가격 급등은 정부 재정에도 부담을 주고 있다. 이집트 정부는 현재 연간 30억달러가 넘는 빵 보조금을 지급하고 있다. 이집트 정부가 추진하려던 빵 보조금 합리화 정책은 우크라이나 전쟁 때문에 연기된 상태다. 마이트 장관은 빵 가격이 오르고, 빵 생산비용이 오르면서 정부 재정 부담도 커지고 있지만 빵 보조금 합리화를 당장 추진할 수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다만 합리화 정책은 반드시 점진적으로 추진할 것이라고 밝혔다.

마이트 재무장관은 국제통화기금(IMF)과의 구제금융 협상은 매우 잘 진행되고 있다고 말했다. 이집트는 지난 3월 IMF에 구제금융 협상을 요청했다. 이집트 정부는 정부 재정 수입을 늘리기 위해 일부 국유 자산을 매각할 수도 있다는 뜻을 밝힌 상황이다. 마이트 장관은 아직 이집트 정부도 IMF도 구제금융 규모와 관련해서는 구체적으로 제시하지 않은 상태라고 설명했다.

마이트 재무장관은 물가가 치솟고 정부 재정이 악화되고 있지만 이집트 경제가 올해 침체에 빠지지는 않을 것으로 확신한다고 강조했다.

이집트 정부는 오는 7월 시작하는 새 회계연도 경제성장률은 5.5%를 기록할 것으로 예상했다.

박병희 기자 nut@asiae.co.kr<ⓒ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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