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계 격변의 25년] 특명 '미래 먹거리' 80년대생 오너가 온다

<3> 재계, 3·4세 경영 전면 부상
70년대 이후 출생 오너가 임원
270명중 197명이 사장급 이상
회장·부회장 합하면 50명 달해
해외경험 多·MZ소통 최일선
과감한 신사업 발굴·투자 주목

[아시아경제 최대열 기자] "지난날 우리의 창업주와 선배들이 어떤 시련과 고난에도 굴하지 않고 오늘의 자랑스러운 삼성을 이룩하셨듯이 본인은 젊음의 패기와 진취의 기상을 바탕으로 해 제2의 창업에 나설 것입니다."(고 이건희 삼성 회장, 1987년 12월1일 취임식)

1987년 4월 정부는 재벌의 뻥튀기식 경영을 막겠다며 대규모 기업집단을 처음으로 지정했다. 같은 해 11월 삼성을 창업했던 이병철 회장이 숨지고 유언에 따라 삼남 이건희 회장이 취임했다. 당시 한국 나이로 46살에 재계 서열 3위이자 13조원이 넘는 매출을 올리던 그룹의 수장을 맡았다. 사장단 중에서 가장 사번이 앞섰던 고 최관식 삼성중공업 사장(당시 58세)이 이 회장에게 사기(社旗)를 건넸다.

그보다 앞선 1981년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이 30살에 그룹 회장에 올랐고 최태원 SK그룹 회장도 채 마흔이 되기 전인 1998년 회장을 달았다. 선대 경영인의 갑작스러운 부재 때문이라고는 하나 유교문화에 연공서열 제도가 뿌리깊은 터라, 이들 30~40대 젊은 총수의 등장은 생경한 인상을 준 게 사실이다. 수십년이 흐르 오늘날, 젊은 오너 경영인을 보는 시선은 다소 달라졌다.

재계 세대교체… 더 젊어진 오너家

2019년 5월 공정거래위원회는 구광모 LG 회장, 박정원 두산그룹 회장 등 대기업 4세 경영인과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 등 3세 경영인을 동일인(총수)으로 새로 지정했다. 공정위는 "창업자 이후 4세대 총수가 등장하는 등 지배 구조상 변동이 본격화 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1세대와 2세대가 경영 일선에서 물러나고 3~4세대가 자신의 뜻을 펴는 추세가 본격화되고 있다는 얘기다. 오너 경영인은 아니지만 최수연 네이버 최고경영자, 김일두 카카오브레인 대표, 김민규 라인게임즈 대표 등 IT·게임업계에선 1980년대생 전문경영인도 여럿 나왔다.

20대 그룹 총수의 평균연령대를 비교해보면 60대 초반으로 25년 전이나 지금이 거의 비슷하나 최근 들어선 선대 경영인이 일선 현역에 있거나 생전에 이미 경영 전면에 나선다는 게 달라진 풍경이다. 한국CXO연구소가 국내 주요 200대 그룹과 주요 중견·중소기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1970년대 이후 출생한 오너 경영인 가운데 임원을 단 이는 270명으로 파악됐다.

이 가운데 회장 직함을 단 이가 21명, 부회장까지 합하면 50명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사장급은 147명이었다. 1970년생인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은 2020년 그룹 회장으로 승진한 후 지난해 정몽구 명예회장에 이어 총수로 지정됐다. 정지선 현대백화점그룹 회장은 2007년 부친 정몽근 명예회장이 물러나면서 10년 넘게 회장 자리를 지키고 있다. 오일선 한국CXO연구소 소장은 "1970년 이후 출생한 젊은 오너가 임원들이 경영 전면에 나서면서 2023년도 일반 임원 인사에서는 1970년대 후반, 1980년대 초반 출생 임원들이 다수 발탁되는 분위기가 고조될 수 있다"고 말했다.

급변하는 경영 환경… MZ세대 오너, 신사업 진두 지휘

젊은 리더가 그룹을 맡으면서 경영 스타일도 바뀌었다. 새로운 먹거리 사업에도 과감히 투자하며 도전하고 있는 것. 재계 서열 9위로 올해로 설립 50주년을 맞는 현대중공업그룹은 올해 초 지주사 사명을 HD현대(옛 현대중공업지주)로 바꿨다. 최대주주인 정몽준 아산사회복지재단 이사장의 장남 정기선 HD현대 사장은 2013년 회사에 입사, 10여년 만에 지주사와 주력 계열사 대표이사를 맡았다.

조선과 정유를 주력으로 하는 상황에서 수소·로봇 등 미래 먹거리 발굴에 나섰다. 지주사 내 조직 신사업추진실은 김완수 부사장을 필두로 김종철 전무·이성배 상무 등 젊은 해외파 임원이 뒷받침한다. 김 전무나 이 상무는 모두 1970년대생으로 현대글로벌서비스나 현대미래파트너스, 아산카카오메디컬데이터, 현대로보틱스 등 신사업과 관련된 그룹 계열사의 이사진에도 올라있다.

한화솔루션 전략부문 대표를 맡고 있는 김동관 사장도 지주사 ㈜한화의 총괄사장으로 올해 사내이사진에 본격 합류했다. 정 사장과 마찬가지로 그룹 차원의 신사업을 발굴해 육성하는 데 매진하고 있다. 그룹이 가진 기존 사업역량을 감안, 에너지와 우주사업이 주요 관심사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 등 우주사업과 연관된 계열사의 엔지니어를 주축으로 구성된 스페이스허브의 팀장을 맡는가하면 국내 유일의 위성시스템 개발업체 쎄트렉아이를 인수한 후에는 이사진에 합류했다. 국내보다는 해외 사업 비중이 큰 데 김 사장의 해외 네트워크가 사업확장에 도움이 될 것이란 판단에 보수를 받지 않고 일하고 있다.

최신원 전 SK네트웍스 회장의 장남 최성환 사업총괄은 올해 주주총회에서 이사진에 합류했다. 최신원 전 회장의 사촌동생인 최태원 회장이나 최재원 수석부회장, 친동생 최창원 SK디스커버리 부회장 모두 경영 최일선에서 왕성한 활동을 하는 가운데 SK 오너가 3세 가운데서는 최 총괄이 가장 앞서 있다. 과거 종합상사를 주력으로 했던 회사는 사업형 투자회사로 재편하는 과정에서 최 총괄의 경영능력을 가늠할 수 있을 것으로 업계에서는 보고 있다. 블록체인이나 친환경소재, 전기차 충전사업 등에 잇따라 투자했다.

최대열 기자 dychoi@asiae.co.kr<ⓒ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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