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의 '지우학' 나오려면 정부 지원 절실'

'지금 우리 학교는' 제작 박철수 필름몬스터 대표
콘텐츠산업포럼서 지속 성장 키워드로 '도전' 제시
IT·제조업 수준의 세제감면·공제혜택 필요성도 강조

넷플릭스 드라마 '지금 우리 학교는'은 좀비물 인기에 편승했다는 오해를 받곤 한다. 동명 웹툰 원작은 2009년부터 연재됐다. 박철수 필름몬스터 대표는 2015년에 영상화 판권을 구매했다. 국내 좀비물 인기의 시발점인 영화 '부산행(2016)'이 촬영을 마치기도 전이다. 주위에서는 성공 사례가 없다며 만류했다. 웹툰 영상화를 걱정하는 시선도 있었다. 박 대표의 생각은 달랐다. '28일 후(2002)', '새벽의 저주(2004)', '월드워Z(2013)' 등의 세계적 흥행으로 대중성이 증명됐다고 판단했다. 색다른 주제의식을 세우고 국내 정서를 입힌다면 충분히 통하리라 자신했다.

박 대표는 28일 한국콘텐츠진흥원이 마련한 콘텐츠산업포럼에서 한국 드라마의 지속 성장 키워드로 '도전'을 제시했다. 정면 돌파가 아니다. 철저한 사전 준비로 가능성을 높이려는 시도다. 기획 단계부터 철저한 검증을 거쳐 위험 부담을 줄이고자 했다. 그는 "좀비는 일반적인 재난과 달리 다발성이다. 이야기를 확장하거나 재해석할 여지가 상당하다"며 "살아 숨 쉬고 진화하는 공포를 유발해 역동적 연출까지 가능케 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미성숙한 청소년들이 학교라는 한정적 공간에서 재난에 대처하는 모습은 그동안 묘사된 적이 거의 없었다"며 "신선하고 차별화된 이야기로 그릴 수 있다는 확신이 있었다"고 말했다.

선견지명이었다. '지금 우리 학교는'은 좀비물이 범람하는 와중에도 색다른 매력으로 세계 시청자를 사로잡았다. 미국, 영국 등 쉰여덟 나라에서 넷플릭스 최고 인기 콘텐츠가 됐다. 도합 5억6077만 시간 시청됐다. 이보다 전파를 많이 탄 작품은 '오징어 게임(16억5045만 시간)', '브리저튼 시즌1(6억2549만 시간)', '종이의 집 파트4(6억1901만 시간)', '기묘한 이야기 시즌3(5억8210만 시간)' 네 편에 불과하다.

우려를 샀던 웹툰 원작 구매는 이제 흔해졌다.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정착과 함께 지적재산(IP) 가치가 급부상했다. 표현의 자유가 확대되고 합리적인 제작비가 지원되면서 너도나도 새로운 이야기를 찾는데 혈안이 돼 있다. 일부 제작자는 용이해진 글로벌 진출을 고려해 대형 프로젝트도 준비한다. 박 대표는 "'기생충', '오징어 게임', '지옥' 등 우수한 콘텐츠가 세계적 관심을 모으며 국격까지 높였다"며 "안정적인 고용을 창출하며 고부가가치 산업으로 이끌었다"고 말했다.

가파른 성장세에도 제작 환경은 별반 나아지지 않았다. 특히 세제 감면이나 공제 혜택 같은 투자 유인책이 미미하다. 제작비의 최대 10%(중소기업)에 해당하는 금액만 법인세에서 공제된다. 대기업은 3%, 중견기업은 7%다. 미국, 프랑스, 캐나다 등 선진국의 공제 비율은 20~35%다. 호주는 40%에 달한다. 공제 요건도 자국에서 특정 비율 이상의 제작을 제시하는 정도다.

박 대표는 "이제는 정부가 도전할 때"라며 "정보통신(IT)이나 제조업 수준의 세제 감면과 공제 혜택으로 K 콘텐츠 제작 투자 활성화를 주도해야 한다"고 역설했다. 이어 "관련 예산 확충으로 국제 경쟁력이 강화된다면 반도체, 미래차, 바이오헬스와 더불어 정부의 중점 산업으로 자리매김할 것"이라고 확신했다.

이종길 기자 leemean@asiae.co.kr<ⓒ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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