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크롱도, 르펜도 모두 싫다는 프랑스 젊은 유권자들

프랑스 대학생들이 지난 14일(현지시간) 파리 소르본 대학 앞에서 시위를 하고 있다. 이날 파리와 낭시 등에서 대학생 수백 명이 대선에 불만을 나타내며 시위를 했다. [사진 제공= AFP연합뉴스]

[아시아경제 박병희 기자] "소르본이 마크롱과 르펜의 세계를 점령했다."

지난 14일(현지시간) 프랑스 파리 소르본 대학에 이같은 내용의 현수막이 걸렸다. AP통신에 따르면 이날 프랑스 대학생 수백 명이 소브론 등 주요 대학을 점거하고 바리케이트를 치고 시위를 벌였다. 파리정치대학에서도 학생들이 버려진 깡통과 현수막으로 바리케이트를 쳐 정문을 막았다. 파리 경찰은 이날 여러 대학에서 다수의 시위와 봉쇄가 발생했다고 보고했다.

프랑스 대선에 대한 불만 때문이다. 학생들은 결선 투표에 진출한 후보 두 명을 모두 비난했다. 1위와 2위를 차지한 중도 성향의 에마뉘엘 마크롱 현직 대통령과 극우 성향의 마린 르펜 국민연합 대표 모두 가난한 자들과 환경을 보호하는데 충분치 않다고 주장했다. 그들은 "우리는 모두 반파시스트다"라고 외치며 전단을 뿌렸다. 진보 성향 유권자들은 이민과 이슬람 관련 관습을 줄이고 경찰력을 강화하겠다고 주장하는 르펜을 위험한 인물로 보고 있다. 마크롱에 대해서는 그의 친기업 정책을 이유로 부자들을 위한 대통령으로 본다.

시위에 참여한 학생들 중에는 지난 10일 1차 대선 투표에서 3위를 차지한 장뤼크 멜랑숑 후보 지지자들이 많았다. 굴복하지않는프랑스(LFI) 후보로 나선 멜랑숑은 1차 투표에서 22%를 득표했다. 2위를 차지한 르펜 후보에 불과 1.1%포인트 뒤져 결선 진출에 실패했다.

파리 정치대학의 한 학생은 "젊은 사람들은 환경 문제와 반인종주의, 페미니스트, 성 소수자 문제 등의 사회 문제에 관심을 갖고 있다"며 "우리를 대표할 후보가 매우 절실하다"고 말했다. 이 학생은 "2차 결선 투표에서는 노동자들과 젊은이들의 적이라고 생각하는 우파 성향의 두 후보에만 투표해야 한다"며 "우리는 이 사실을, 다시 5년간 환경을 오염시키고 긴축을 해야 한다는 사실을 받아들일 수 없다"고 말했다.

프랑스 경찰이 시위대를 해산하기 위해 최루탄을 쏘고 있다. [사진 제공= AFP연합뉴스]

미국 정치 전문매체 폴리티코에 따르면 34세 이하 젊은 유권자들은 1차 투표 당시 멜랑숑 후보에게 가장 많은 지지를 보냈다. 멜랑숑은 18~25세 유권자에서 36%, 25세~34세 유권자에서 33% 지지율을 얻어 두 세대에서 모두 1위를 차지했다. 반면 마크롱은 18~25세 유권자에서 24%, 25~34세 유권자에서 21%를 득표했다. 르펜이 두 세대에서 얻은 지지율은 각각 16%, 25%였다.

25~34세 유권자 사이에서는 마크롱의 지지율이 3위에 그쳤다. 폴리티코는 젊은 유권자들의 유럽 통합에 대한 회의적인 시각이 반영된 것으로 해석했다. 르펜은 과거 공개적으로 프랑스의 유럽연합(EU) 탈퇴를 주장했다. 이번 선거에서는 극우 이미지를 희석하기 위해 EU 탈퇴를 강하게 내세우고 있지 않지만 르펜이 당선될 경우 EU 통합이 위기에 처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멜랑숑 후보 역시 EU에 회의적인 생각을 갖고 있다.

마크롱은 64세 이상 유권자 사이에서 40%의 압도적인 득표율로 르펜과 멜랑숑 후보를 따돌렸다. 64세 이상 유권자에서 르펜과 멜랑숑의 지지율은 각각 17%, 12%에 그쳤다.

35~49세와 50~64세 유권자 사이에서는 르펜이 각각 27%, 28% 득표율로 1위를 차지했다. 다만 35~49세와 50~64세에서는 마크롱과 멜랑숑 모두 20%대 득표율을 기록하면서 큰 차이를 보이지 않았다.

마크롱과 르펜에 대한 젊은 유권자의 불만은 투표율에서도 확인된다. 여론조사업체 입소스가 1차 투표를 앞둔 지난 6~9일 투표 참여 여부를 묻는 설문조사에서 35세 이상 유권자층에서는 투표를 하지 않겠다고 답한 비율은 20% 안팎을 기록했다. 반면 18~24세 유권자 중에서는 42%가, 25~34세 유권자 중에서는 46%가 투표하지 않겠다고 답했다.

박병희 기자 nut@asiae.co.kr

ⓒ 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
무단전재, 복사, 배포 등을 금지합니다.

오늘의 주요 뉴스

헤드라인

많이 본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