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조원 쏟아붓는 'K-배터리'…3사, 실탄은 충분할까(종합)

배터리 3사 투자금 확보 관건
삼성SDI 재무건전성 '탄탄'
SK온 상반기 프리IPO 종료

[아시아경제 오현길 기자] 전기차 배터리 시장을 선점하기 위해 ‘K-배터리’ 3사가 수조원대 투자 계획을 밝힌 가운데 자금 조달능력이 영토확장에 주요 변수로 떠올랐다.

독자 생산공장에서부터 완성차 업체와 합작까지 북미와 유럽, 중국 등 세계 곳곳에서 치열한 경쟁에 나선 이들 3사의 안정적인 실탄마련이 시장주도권 확보에 관건이 될 전망이다.

4일 LG에너지솔루션, 삼성SDI, SK온이 공개한 사업보고서를 보면 작년 말 기준 삼성SDI의 보유 자본은 15조2000억원이다. 이중 부채는 10조6000억원으로, 부채비율은 70%에 그친다. 배터리 3사 중에서 부채비율이 가장 낮을 뿐만 아니라 유일하게 부채가 자본보다 적다.

LG에너지솔루션은 자본 8조7000억원인데 반해 부채는 15조원으로 부채비율이 172%에 달한다. SK온도 자본 4조1000억원에 부채가 6조8000억원으로 부채비율은 166%를 기록했다.

삼성SDI의 부채비율을 보면 경쟁업체 대비 상대적으로 보수적인 투자를 해왔다는 점을 감안하더라도, 투자비용의 상당부분을 자체적으로 조달해왔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17일 서울 강남구 삼성동 코엑스에서 열린 '인터배터리 2022'를 찾은 관람객들이 삼성SDI 부스에서 전기스쿠터용 배터리를 살펴보고 있다./김현민 기자 kimhyun81@

전자재료 부문이 기반으로 꼽힌다. 삼성SDI 전자재료부문은 반도체소재인 EMC와 디스플레이 소재 편광필름을 생산, 지난해 매출액 2조6063억원에 영업이익 5300억원을 기록했다. 배터리 사업을 하는 에너지솔루션부문에 비해 매출액(10조9469억원)은 큰 차이가 나지만 영업이익(5376억원)은 버금가는 ‘캐시카우’다.

삼성SDI 관계자는 "기존에 보유해왔던 현금과 전자재료 등 주요 사업의 수익을 배터리 분야 투자비용으로 활용해왔다"면서 "그동안 준비해왔던 투자가 올해부터 본격화되는 만큼 기술경쟁력을 바탕으로 수익성과 성장성을 확보할 것"이라고 말했다.

삼성SDI는 매년 2조원 가량을 전기차 배터리 사업에 지속적으로 투자해오고 있다. 현재 울산 공장(9GWh)과 헝가리 괴드 (24GWh), 중국 시안(8GWh)에서 배터리를 생산 중이다.

올해 추가 증설이 가시화된다. 헝가리 공장의 증설투자로 올해 생산규모가 37GWh로 늘어나며, 현재 건설 중인 2공장이 가동에 들어가면 2025년에 67GWh까지 확대될 것으로 예상된다.

미국 자동차회사인 스텔란티스와 합작 법인도 조만간 미국 내 투자지역을 확정하고 공장 건설을 시작할 계획이다. 합작공장에서는 2025년 상반기부터 23GWh 규모로 배터리셀과 모듈을 생산한다는 방침이다. 울산과 중국에서도 증설을 진행, 2025년에 전체 배터리 생산규모는 114GWh에 달할 것으로 전망된다.

17일 서울 강남구 삼성동 코엑스에서 열린 '인터배터리 2022'에서 관람객들이 삼성SDI 전시관을 둘러보고 있다./김현민 기자 kimhyun81@

전기차 배터리사업이 초기 투자가 중요한 성장산업이라는 점을 감안할 때 부채비율이 상대적으로 높은 LG엔솔이나 SK온의 재무건전성이 나쁘다는 해석은 무리가 있다는 시각도 있다. 대표적인 화학사인 LG화학의 부채비율은 120% 수준으로 단순수치로만 비교하더라도 큰 차이가 나지 않는다.

자금부담을 완화하기 위해 완성차와 합작사를 설립하거나 투자자로 부터 자금을 유치하는 작업도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다. SK온은 투자자금 확보를 위해 상장전투자유치(프리IPO) 계약을 준비중이다. 계약금액은 3조~4조원에 달할 것으로 시장에서 예상하고 있다.

김준 SK이노베이션 부회장은 지난달 주주총회에서 "프리 IPO 협의 중이기 때문에 금액을 언급하기는 타당하지 않지만 언론에서 다루는 금액과 크게 다르지 않다"며 "계약 종결 시점은 상반기 중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업계 관계자는 "배터리 3사 부채비율이 당장 차이는 날 수 있지만 투자가 중요한 배터리 사업의 특성을 고려하면 3사 모두 재무건전성이 안정적인 수준으로 봐야한다"고 말했다.

오현길 기자 ohk0414@asiae.co.kr<ⓒ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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