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채석기자
[아시아경제 문채석 기자]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등으로 지난달 국제유가가 폭등한 가운데 정유사의 휘발유 공장도 가격 상승 폭(ℓ당 176.52원)이 국제유가 상승 폭(ℓ당 123.27원)보다 44%나 더 컸다는 지적이 나왔다.
소비자 체감도가 높은 주유소 휘발유 판매 가격 인상 폭(ℓ당 236.1원)은 국제유가 상승 폭보다 92% 더 컸던 것으로 나타났다. 주유소들이 사실상 국제유가보다 두 배 가까이 값을 더 올려 팔았다는 의미다. 일반적으로 국제 유가 변동분은 국내 수입 시점으로부터 2주 뒤 주유소 휘발유 판매 가격에 반영된다.
휘발유 가격을 감시하는 시민단체인 에너지·석유시장감시단은 4일 이 같은 내용의 지난달 휘발유 시황 분석 결과를 공개했다. 지난달 첫주 대비 마지막주, 지난 2월 초부터 3월 말까지의 구간으로 나눠 국내 정유사·주유소의 휘발유 판매 가격과 국내외 유가를 비교한 결과다.
우선 지난달 첫주 대비 마지막주 가격 추이를 보면 국제 휘발유 가격이 ℓ당 817.02원에서 940.29원으로 123.27원 오르는 동안 정유사 공장도 가격(세전 기준)은 910.51원에서 1087.03원으로 176.52원, 주유소 판매가(세전 기준)는 1763.96원에서 2000.06원으로 236.10원 뛰었다. 국제유가는 한 달간 123.27원 올랐는데 정유사 공장도 가격은 176.52원, 주유소 판매 가격은 236.1원씩 뛰었다는 의미다.
가격에 전가되는 유류세 등 세금 변수를 빼고 봐도 정유사와 주유소-국제유가 간 변동 폭이 달랐다고 감시단은 지적했다. 지난달 첫주부터 마지막주까지 국제휘발유 가격의 총 상승분과 세전 공장도 가격 상승분의 차이는 44.19원이었지만, 총 하락분 차이가 97.44원이나 돼 결과적으로 국제유가보다 정유사 공장도 가격 인상 폭이 53.25원이나 더 컸다는 설명이다.
감시단에 따르면 국제 휘발윳값 상승분은 245.82원, 세전 공장도 가격 인상은 201.63원이었다. 국제 휘발윳값-정유사 공장도 가격을 비율로 따지면 '1:0.82' 수준이었다. 반면 국제 휘발윳값 하락분은 122.55원, 세전 공장도 인하분은 25.11원이었다. 비율로 따지면 '1:0.2'에 불과했다. 즉, 정유사가 국제유가보다 가격을 덜 올린 건 사실이지만 가격 하락분이 제대로 반영되지 않아 결과적으로 가격이 올랐고, 주유소 판매가에도 영향을 미쳤다는 것이다.
이런 패턴은 주유소 판매가에도 고스란히 적용됐다. 같은 기간 국제휘발유 가격 총상승분은 245.82원, 주유소 가격 인상분은 237.97원으로 비율상 '1:0.97'이었지만, 하락분은 각각 122.55원, 1.87원으로 '1:0.015'에 불과했다.
주유소 판매가격 중 국제 휘발유 가격 비중이 정유사와 주유소의 유통비용·마진 비중보다 압도적으로 크다고 감시단은 설명했다. 세금 비중이 작진 않지만 정유사와 주유소 측이 주장하는 유통비용·비용 때문에 휘발윳 값을 대폭 올릴 수밖에 없는 주장은 설득력이 다소 떨어진다는 것이다.
소비자가 실제로 지불하는 휘발윳값의 구성비를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국제 휘발유 46.36%, 세금 44.21%, 정유사 유통비용·마진 3.62%(ℓ당 66.13원), 주유소 유통비용·마진 5.81%(ℓ당 107.12원)으로 각각 나타났다.
심지어 정유사 간, 지역별 주유소 간 가격도 차이가 난다고 감시단은 꼬집었다.
정유사별로 보면 GS칼텍스가 2월 첫째주부터 지난달 마지막주까지 9주 중 6주간 최고가를 기록했다. 최저가는 현대오일뱅크가 5주로 가장 많았다. 최고가와 최저가 간 차이는 2월 첫째 주에 ℓ당 171.05원으로 가장 컸고 지난달 세번째 주에 61.4원으로 가장 작았다. 정유사별 주유소 가격 차이로 따지면 GS칼텍스가 9주 내내 가장 비쌌던 것으로 나타났다. 최고가와 최저가는 평균 ℓ당 47.8원이 차이가 났다. 9주간 최고가와 최저가의 차이는 2월 첫째 주에 ℓ당 52.8원으로 가장 컸다.
지역별로 보면 지난달 한 달간 제주도가 평균 ℓ당 2005.35원으로 가장 비쌌고 광주가 1903.07원으로 가장 저렴했다. 지역별 최고, 최저 가격 차는 ℓ당 102.27원이나 됐다.
문채석 기자 chaeso@asiae.co.kr<ⓒ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