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합당한 처벌받아야'…'촉법소년 나이 하향' 尹 공약 지켜지나

촉법소년 만 14세서 낮아지나…법무부 "법 개정 적극 참여"
강력 범죄 저지른 촉법소년 매년 증가…2017년 6286명→2021년 8474명

10대 범죄가 점차 잔혹해지면서 촉법소년 제도 등을 폐지하거나 개정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이어지고 있다. 사진=아시아경제DB.

[아시아경제 허미담 기자] "촉법소년 연령 낮춰야 합니다."

촉법소년(만 10세 이상 14세 미만 형사미성년자) 제도를 악용하는 청소년 범죄가 이어지는 가운데 법무부는 촉법소년 기준 연령을 낮추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나 관심이 쏠리고 있다. 앞서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은 촉법소년 연령 기준을 현행 만 14세에서 만 12세로 하향하겠다고 공약한 바 있다. 이 같은 방안에 시민들 사이에서는 환영의 목소리가 높다. 다만 법 개정엔 소년범 처벌 효과 등을 놓고 면밀한 검토가 필요해 향후 논의가 주목된다.

법무부는 지난 29일 대통력직인수위원회 정무사법행정분과 업무보고에서 국회에 계류 중인 촉법소년 연령 하향과 관련해 소년법 개정안 논의를 지원하겠다고 보고했다.

현행법상 만 10세 이상 14세 미만은 형사책임 능력이 없는 촉법소년으로 분류돼 보호처분을 받는다. 초등학교 4학년부터 중학교 1학년까지는 형사처벌 대신 사회봉사, 소년원 송치 등 보호처분만을 받는다는 뜻이다. 가장 무거운 처분은 '소년원 2년 이내 송치'지만, 이마저도 전과 기록이 남지 않는다. 만 10세 미만은 '범법소년'으로 구분해, 죄를 지어도 처벌할 수 없다.

다만 법무부는 연령 하향 조정에 대해 명확하게 찬반 입장을 내지는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구체적인 연령 기준도 논의되지 않았는데, 현재로서는 만 14세에서 만 12세로 하향 조정하는 방안이 유력하게 검토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이번 대선 때 윤 당선인을 비롯한 여야 후보들은 촉법소년 연령 하향 조정을 약속했다. 윤 당선인은 당시 촉법소년 연령 기준을 만 14세 미만에서 만 12세 미만으로 낮추겠다고 공약했고,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는 구체적 연령은 제시하지 않았으나, 청소년 발달 정도와 사회적 인식 수준에 맞춰 적정 연령을 결정하겠다고 했다.

촉법소년 연령 기준 하향을 외치게 된 배경에는 청소년 강력범죄가 늘어난 것과 연관 있다. 최근 5년간 강력범죄를 저지른 촉법소년은 ▲2017년 6286명에서 ▲2018년 6014명 ▲2019년 7081명 ▲2020년 7535명 ▲2021년 8474명으로 집계됐다. 특히 대법원의 '촉법소년 범죄접수' 통계를 보면 방화는 2017년 57건에서 2021년 77건, 같은 기간 강간도 11건에서 21건으로 늘었다.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과 서울대교구장 정순택 대주교가 30일 오전 서울 중구 천주교 서울대교구청에서 차담회를 가지고 있다. /인수위사진기자단

또 다른 문제는 최근 자신이 촉법소년이라는 점을 악용해 범죄를 저지르는 청소년이 늘어났다는 데 있다. 앞서 지난 2월에는 13살 A군이 20차례 넘게 무인가게에서 돈을 훔쳤으나, 형사 처벌을 받지 않아 공분을 샀다. 그는 경찰에 붙잡혔을 당시 "난 만 14세가 되지 않은 촉법소년인데 처벌할 수 있겠느냐"는 취지의 막말과 욕설을 쏟아낸 것으로 전해졌다.

상황이 이렇자 촉법소년 연령 하향을 기대하는 목소리가 높다. 1953년 소년법이 제정된 후 70년 가까이 현행 촉법소년 기준이 유지되고 있는 만큼 새로운 기준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20대 직장인 구모씨는 "예전과는 시대가 많이 달라졌다. 요즘은 아이들이나 청소년이 성인보다 더 잔인한 범죄를 저지르는 경우도 많다"며 "특히 영악한 청소년들은 촉법소년 제도를 악용하는 경우도 많다고 하더라. 이런 범죄들을 줄이기 위해 촉법소년 연령이 하향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또 다른 30대 회사원 최모씨도 "학교 폭력 문제가 점점 더 심각해지지 않나. 연령 하향 방안에 찬성한다"면서도 "전과 기록도 남게 해야 한다. 좀 더 강력한 조치가 있어야 범죄가 줄어들 것"이라고 했다.

촉법소년의 연령 기준을 만 14세에서 만 13세 또는 12세로 낮추려는 입법 시도는 지속됐으나, 번번이 국회 문턱을 넘지 못했다. 21대는 물론 20대 국회에서도 촉법소년의 연령을 낮추는 개정안이 7건 올라왔으나, 모두 폐기됐다.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민변)도 2018년 성명서를 통해 촉법소년 연령 기준 하향에 반대 입장을 낸 바 있다. 민변은 당시 "외국 사례를 보면 형사처벌 확대·강화를 통해 소년범죄 감소라는 목표를 달성하지 못했다"며 "엄벌주의적 정책은 소년사범에 대한 효과적이고 적절한 대처가 아니다"고 주장했다.

한편 원일희 인수위 수석대변인은 30일 서울 종로구 통의동에서 진행된 정례브리핑에서 "29일 법무부의 업무보고에서 촉법소년 연령 하향화 문제를 다뤘다"며 "법무부는 명시적으로 찬반 입장을 밝히지 않았다"고 말했다.

원 대변인은 "법무부의 입장은 범죄에 엄정 대응한다는 차원에서 국회에서 계류 중인 입법 논의에 적극 참여하겠다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허미담 기자 damdam@asiae.co.kr<ⓒ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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