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유가 110달러 돌파…'에너지 대란'에 소비자 피해 현실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등 지정학적 변수로 국제유가가 급등하면서 국내 유가도 동반 상승하고 있다. 지난달 24일 오후 서울 시내의 한 주유소에 휘발유가 리터 당 2290원에 판매되고 있다. [이미지출처=연합뉴스]

[아시아경제 정동훈 기자]국제유가가 배럴당 110달러(약 13만2440원)를 넘어서 7년여만에 최고치를 보이면서 소비자 피해가 현실화할 것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2일(현지시간) 뉴욕상업거래소(NYMEX)에서 4월 인도분 서부 텍사스산 원유(WTI)는 전날보다 배럴당 7%(7.19달러) 급등한 110.60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이같은 가격은 2011년 5월 이후 11년만에 최고가다.

런던 ICE선물거래소의 5월물 브렌트유도 오후7시43분(런던 현지시간) 기준 배럴당 7.9%(8.29달러) 치솟은 113.26(약 13만6365.04원)달러에 거래되고 있다. 2014년 6월 이후 최고 수준이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이 원유와 천연가스 등 각종 원자재·자원 등의 가격을 뒤흔들고 있다.

전쟁 격화로 원유 공급망에 계속 차질이 빚어질 것이라는 전망이 유가를 끌어올린 것으로 분석된다. 러시아는 최근 우크라이나 제2 도시인 하리코프에 공수부대를 투입했고 수도 키이우(키예프)를 향해 대규모 병력을 이동시키는 등 침공 강도를 높이고 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러시아를 상대로 원유와 가스 수출 제재 가능성을 내비치며 글로벌 원유 공급난 우려를 키웠다. 러시아는 세계 3위 산유국이다. 그러나 석유수출국기구(OPEC)와 러시아 등의 협의체인 'OPEC 플러스'(OPEC+)는 공급부족 가능성에도 불구하고 4월 산유량을 3월보다 불과 40만 배럴(하루)만 늘리기로 결정했다.

원유를 포함해 원자재 대부분을 수입하는 한국의 경우 기업들이 비용 부담이 커져 실적 악화는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블룸버그통신은 모건스탠리의 전략가 조너선 가너 등을 인용해 "고유가가 주요 원유 수입국인 인도, 한국, 대만에 특히 부정적인 영향을 줄 것"이라고 보도하기도 했다. 이같은 기업들의 비용 부담은 결국 개별 제품의 가격 인상, 물가 상승으로 이어져 소비자 부담이 커질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실제 주요 타이어 3사 3월부터 평균 5%, 많게는 10% 가량 가격을 올린다. 천연고무, 합성고무 등 원재료값 인상과 해상운임 부담이 늘어난 데 따른 결정이라는 것이 회사들의 설명이다.

한국전력이 발전사들로부터 사들이는 전력도매가격(SMP)도 지난달 평균 200원 가량 치솟으며 사상 최고가를 경신했다. 한국전력거래소에 따르면 2월 통합 SMP는 197.32원/kWh을 기록했다. 1월 평균 SMP 154.42원과 비교하면 한 달 사이에 27.8% 급등한 것이다. 이는 도매 전력시장이 개설된 2001년 이래 최고치이며 월평균 SMP가 가장 높았던 2012년 7월의 185원을 넘어선 기록이다. 당장 1분기 전기요금 동결하기로 했지만 적자 부담이 커진 전기 요금은 인상 가능성도 배제하지 못하는 상황이다.

액화석유가스(LPG)가격도 인상된다. 국내 LPG 수입업체인 E1과 SK가스는 이달 국내 LPG 공급가격을 ㎏당 60원씩 오른다고 밝힌 것. 이에 따라 E1의 3월 가정·상업용 프로판 가격은 ㎏당 1387.8원, 산업용은 1394.4원으로 각각 오른다. 국제 곡물 가격도 최근 급등하면서 서민들의 '식탁 물가'에도 직격탄이 우려되는 상황이다.

정동훈 기자 hoon2@asiae.co.kr<ⓒ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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