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쟁과 경영] 나토의 동진

벨기에 브뤼셀에 위치한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본부건물에 게양된 나토기와 가맹국 깃발들의 모습.[이미지출처= 나토 홈페이지]

[아시아경제 이현우 기자] 1999년 옛 동구권 대표국가였던 폴란드와 체코, 헝가리가 북대서양조약기구(NATO)에 가맹하면서 최근 러시아가 주장 중인 이른바 나토의 ‘동진(東進)’이 시작됐다. 소련에 대한 반감이 컸던 이들 지역은 소련 붕괴 직후부터 나토 가맹을 신청했다.

이어 2004년에는 에스토니아와 라트비아, 리투아니아 등 발트 3국과 루마니아, 불가리아, 슬로바키아까지 나토에 가입하면서 동구권 국가 대부분이 나토의 품안에 들어갔다. 나토 가맹국이 늘어날 때마다 러시아는 강력히 반대했지만, 나토 가맹국은 유럽연합(EU) 가맹국 숫자와 함께 꾸준히 늘어났다.

나토의 동진을 한동안 바라보던 러시아의 반격이 본격화된 것은 2009년 우크라이나가 나토 가맹을 신청한 이후부터였다. 2009년은 러시아가 처음으로 유럽으로 향하는 천연가스관을 무기화하면서 동유럽에서 수백명이 동사한 ‘밸브 잠그기’ 전략이 처음 시행됐던 해였다. 이후 2014년 크림반도 강제병합으로 나토의 동진은 중단됐고, 러시아와 대치 상황이 이어지고 있다.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문제에 유독 민감하게 반응한 것은 단순히 블라디미르 푸틴 정권의 야욕만 앞선 것은 아니라는 평가다. 러시아에서는 예로부터 우크라이나를 ‘소(小) 러시아’라 부르며 우크라이나의 수도 키예프 일대를 러시아의 일부로 여겨왔다. 러시아 역사의 기원을 이루는 중세시대 ‘키예프 러시아’란 국가가 이곳에서 시작됐기 때문이다. 벨라루스 또한 ‘백(白)러시아’라 부르며 조상 대대로 러시아 영토로 인식하고 있다.

여전히 많은 러시아인들은 미국과 서방국가들의 계략으로 소련이 무너졌으며, 이때 자신들의 옛 영토를 잃은 것이라고 믿고 있다. 지난 2014년 크림반도 강제병합 당시 푸틴 대통령이 80%가 넘는 절대적 지지율을 얻었던 이유도 이러한 러시아인들의 인식을 기반으로 한다.

나토의 고심도 깊어지고 있다. 2000년대 초반부터 나토 내에서도 러시아와의 완충지대 없이 계속되는 동진은 결국 양자간 군사적 충돌을 초래할 것이란 우려의 목소리가 끊임없이 나왔다. 더구나 단순 군사력 뿐만 아니라 천연가스와 파이프라인을 무기로 삼고 있는 러시아와의 전면전은 유럽은 물론 미국도 피하고 싶은 상황이다.

수천킬로미터 밖에서 벌어지는 일로만 보이지만, 양측의 힘겨루기는 한반도 정세에도 강력한 여파로 다가온다. 러시아와 나토의 대치국면이 장기화돼 유럽에서 외교적 돌파구가 생기지 않으면, 국제정세에도 ‘풍선효과’가 작용하면서 미국과 중국이 대치 중인 동북아시아로 관심이 이동하기 때문이다. 이런 급박한 상황이 눈앞에서 펼쳐져도 ‘멸치와 콩’과 같은 정치적 풍자에 빠져있는 우리 정치권의 모습을 다른 나라들은 대체 어떻게 생각할까.

이현우 기자 knos84@asiae.co.kr<ⓒ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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