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시비비]일자리 공약이 보이지 않는다

대통령 선거가 50일 앞이지만 제대로 된 일자리 공약은 보이지 않는다. 여야 후보 모두 일할 기회가 막힌 2030 청년을 잡으려고 안간힘을 쓰지만 의아할 정도로 공약이 소홀하다. 제시된 일자리 공약은 시대와 역행하거나 빈약하다. 기술과 산업이 급변하는데 임금과 고용 또 교육과 복지 등의 제도가 변화를 따라 잡지 못해 일자리가 악화되는데, 이에 대한 후보들의 인식은 부족하다. 이러다보니 자영업의 일자리 붕괴는 방치하면서 코로나19 피해를 줄인다고 재정 지원 늘리기에 급급할 뿐이다. 게다가 공공기관에 노동이사제를 도입하고 노조 간부 급여를 국민 세금으로 부담하자며 ‘철밥통’ 일자리나 늘어나게 만든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 공약은 시대에 역행하고,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는 미지근하다. 이 후보의 일자리 공약은 문재인 정부의 ‘시즌 2’로 보인다. 이 후보는 소득주도성장 예찬론자로, 한 걸음 더 나아가 기본소득을 핵심 공약으로 내세우며 재정을 사실상 무한대로 투입하자고 한다. 또 문재인 대통령처럼 공공부문 강화론자로, 공공 일자리의 질 제고를 일자리 문제의 해법으로 제시한다. 그러나 문 대통령은 일자리 대통령이라며 소득주도성장을 말했지만 어느새 그 단어조차 꺼내지 않는다. 공공 단기 아르바이트나 늘려 고용 지표의 악화를 줄이는 데 급급한 데서 알 수 있듯이 실패로 돌아갔기 때문이다. 이 후보는 기업 친화적 이미지를 심고 민간 일자리를 늘린다고 하지만 전체 공약을 보면 선거용일 뿐이다.

이 후보의 공약인 탄소세와 국토보유세의 신설은 중복 과세와 징벌 과세로 일자리의 해외 유출만 부채질한다. 우리나라는 기업의 세금 부담이 다른 나라보다 과중해 취업 1순위 대기업일수록 해외생산 비중을 늘려왔다. 그러나 윤 후보는 이 후보의 반(反)일자리 공약을 문제 삼지 않았고, 차별화된 일자리 공약도 제시하지 못했다. 일자리가 최고의 복지라며 국민행복시대를 열겠다고 하는데, 박근혜 정부가 내세웠던 국민행복 일자리 공약과 비슷해 보인다. 일자리 문제를 해결하려면 정책의 대혁신이 필요하다. 이 후보는 문 정부의 일자리 정책이 왜 실패했는지 그리고 윤 후보는 박 정부의 일자리 정책이 왜 미흡했는지 성찰할 필요가 있다.

디지털 시대로의 전환은 일자리 정책의 혁신을 요구한다. 지난 10여년 사이 미국은 기업에 인센티브를 주는 리쇼어링(국내 복귀) 정책으로 실업률을 6%에서 3%로, 또 독일은 인건비를 절감하는 노동복지개혁과 4차 산업혁명 정책으로 실업률을 10%에서 3%로 낮췄다. 스웨덴은 이미 1990년대에 고비용·저효율의 공공부문을 개혁하고 민간부문 일자리를 늘려 고실업 국가에서 벗어났다. 영국과 아일랜드 등도 마찬가지다. 이런 점에서 윤 후보는 일자리 정책의 방향성을 분명히 해야 한다. 기업이 일자리를 만들고, 학교가 숙련 인력을 키우며, 역대 정부의 실패를 답습하지 않도록 정책의 혁신을 공약으로 내세워야 한다.

정부가 일자리를 만든다는 나라치고 성공한 적이 없다. 재정적자를 악화시켜 실업률을 치솟게 만들었을 뿐이다. 이런 나라는 공공 일자리를 1개 늘릴 때 민간 일자리가 2개 이상 감소했다. 이런 점에서 민간 일자리를 늘리는 윤 후보의 공약이 타당하다. 이 후보가 기어이 공공 일자리를 늘리겠다면 공공서비스의 국가 독점발상을 버리고 공공부문을 개혁해야 부작용이라도 줄일 수 있다. 스웨덴이 그랬듯이 교육과 의료 등 공공서비스를 민간 기업도 제공해 국민은 공공서비스를 선택할 수 있고 공공기관은 생산성을 높이게 해야 한다.

김태기 단국대 경제학과 교수

<ⓒ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 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
무단전재, 복사, 배포 등을 금지합니다.

오늘의 주요 뉴스

헤드라인

많이 본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