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TV·현대車 가격까지 통제한다는 文정부

정부, 물가 부처책임제 품목에 민간 수출품까지 포함
부처 일각 "反시장적 관치경제" 당혹

[세종=아시아경제 권해영 기자] 연일 치솟는 물가를 잡기 위해 정부가 기업이 생산하는 자동차, 가전제품까지 물가관리 대상에 포함한 것으로 확인됐다. 기획재정부는 지난달 '물가 부처책임제'를 도입하며 각 부처에 정부가 비축량을 조절할 수 있는 농·축산물과 석유를 비롯해 전기·가스요금 등 공공요금 관리 등을 주문했는데, 민간 기업이 판매하는 상품·서비스까지 관리대상에 포함한 것이다. 특히 자동차와 가전제품은 비필수재라는 점에서 민생물가와는 거리가 멀다. 정부 부처에서는 이명박 정부가 지난 2008년 도입했다가 실패한 'MB 물가지수'까지 거론하며, 반시장적 관치경제이자 실패 데자뷔가 될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13일 정부 부처 등에 따르면 기재부는 물가 부처책임제를 도입하면서 해당부처에 생선회, 학원비, 영화관람료, 자동차, 가전제품 등 구체적인 품목을 열거하면서 집중 관리를 요구한 것으로 전해졌다. 지난해 연간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2.5%로 10년 만에 최고치를 찍는 등 인플레이션이 가속화되면서 각 부처가 소관 품목물가를 책임지라는 취지다.

하지만 생필품 뿐 아니라 시장 자율에 의해 가격이 결정돼야 할 품목까지 물가관리 대상에 포함되면서 일부 부처가 반발하고 나섰다. 예컨대 기재부가 주요 관리 품목으로 선정한 자동차의 경우 전 세계 기업들과 경쟁해야 하는 상황에서 우리만 가격을 억제할 순 없기 때문이다. 자동차는 원재료 가격이 급등한 데다 차량용 반도체 수급난으로 인한 생산 차질까지 겹치면서 이미 '카플레이션'이 본격화됐다는 분석이 나온다. 미국 기준으로 신차 평균 거래가격은 2021년 9월 4만5000달러로 전년 대비 12% 상승했다.

부처 일각에서는 이명박 정부가 서민생활 안정을 위해 밀가루, 라면, 배추 등 주요 생필품 52개 품목을 선정해 관리한 것과 비교하며 "MB물가지수에도 없었다"는 성토도 나온다.

정부 부처 관계자는 "정부가 민간 영역의 상품 가격을 통제하는 게 말이 되냐"며 "기재부의 반(反)시장적 물가관리 방침에 대다수 부처 공무원들이 당혹해 하고 있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권해영 기자 roguehy@asiae.co.kr<ⓒ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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