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러시아의 구글’ 얀덱스, 한국 상륙…쿠팡과도 물밑접촉

최근 한국법인 '얀덱스 코리아' 설립…아시아 사업부 대표가 이끌어
자율주행 사업 확장 전략…국내 규제 대응 위해 법무법인 자문 구해
현대모비스의 자율주행 파트너…쏘나타 기반 ‘레벨4’ 택시 선보여
배달로봇 서비스도 시작할듯…쿠팡 등 e커머스 업체와 물밑접촉
러시아 검색시장 60% 차지…2011년 나스닥 상장

‘러시아의 구글’로 불리는 글로벌 정보통신(IT) 기업 얀덱스가 자체개발한 배달로봇 '로버.' [이미지출처=연합뉴스]

[아시아경제 이준형 기자] ‘러시아의 구글’로 불리는 글로벌 정보통신(IT) 기업 얀덱스가 한국에 상륙했다. 현대모비스와 자율주행 기술을 공동개발 중인 얀덱스는 한국 시장에서 관련 사업을 본격화할 전망이다. 코로나19로 급성장한 배달시장을 겨냥해 인공지능(AI) 기반의 자율주행 배달로봇 서비스도 준비 중인 것으로 파악됐다.

15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얀덱스는 최근 한국 법인 ‘얀덱스 코리아’를 설립하고 서울 서초구 서초동 강남빌딩에 사무실을 마련했다. 한국 법인 자본금은 6억원 규모다. 세르게이 유스티노프(Sergey Ustinov) 얀덱스 아시아 사업부 대표가 한국 지사를 맡았다. 얀덱스 본사에서 사업전략을 담당했던 한국계 출신의 임원도 지난달 한국 지사에 합류한 것으로 확인됐다. 얀덱스의 아시아권 사업을 이끌던 고위 간부들이 잇따라 한국 지사에 배치된 만큼 국내 시장 공략에 속도를 내겠다는 포석으로 풀이된다.

자율주행 사업 확장

업계는 얀덱스가 자율주행 사업을 확장하기 위해 한국에 진출한 것으로 보고 있다. 실제 얀덱스는 한국 자율주행 규제에 대응하기 위해 국내 법무법인의 자문을 받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얀덱스는 2017년 자율주행 기술에 뛰어들었고 이미 업계 선두주자로 자리매김했다. 글로벌 투자은행(IB) 모건스탠리는 올 9월 보고서를 통해 미국 아르고AI, 중국 바이두 등과 함께 얀덱스의 자율주행 부문 독립법인 얀덱스SDG를 글로벌 자율주행차 시장의 리더로 꼽았다. 모건스탠리가 평가한 얀덱스SDG의 기업가치는 70억달러(약 8조3000억원)다.

얀덱스가 현대자동차그룹의 자율주행 파트너라는 점도 이 같은 전망에 힘을 보탰다. 얀덱스는 2019년부터 현대모비스와 자율주행 기술을 공동개발했다. 얀덱스는 AI 알고리즘 등 소프트웨어(SW)를, 현대모비스는 센서·제어기 등 하드웨어(HW)를 맡는 방식이다. 지난해 현대모비스와 함께 쏘나타를 기반으로 개발한 ‘레벨4’ 수준의 자율주행 택시를 선보이기도 했다. 레벨4 자율주행은 정해진 구간에서 운전자 개입이 필요 없는 자율주행이다. 완전 자율주행인 레벨5 전 단계다. 최근 현대모비스와 자율주행차용 라이다(LiDAR) 센서 자체 개발에도 뛰어들었다. 궂은 날씨의 도로환경에서도 100%의 성능을 발휘하는 라이다 센서를 개발하는 게 목표다. 얀덱스는 이 라이다 센서를 러시아는 물론 미국, 이스라엘 등에서 시범 운행할 자율주행 택시의 메인 센서로 활용할 계획이다.

얀덱스는 지난해 현대모비스와 함께 쏘나타를 기반으로 개발한 ‘레벨4’ 수준의 자율주행 택시를 선보이기도 했다. 레벨4 자율주행은 정해진 구간에서 운전자 개입이 필요 없는 자율주행이다. 사진은 얀덱스의 자율주행 택시. [사진 = 얀덱스 홈페이지 캡처]

배달로봇 서비스 ‘눈독’

또 다른 목표는 배달로봇이다. 얀덱스는 지난해부터 러시아 모스크바에서 자체개발한 배달로봇 ‘로버’를 활용한 서비스를 시범 운영해왔다. 회사는 배달로봇 서비스를 위해 쿠팡 등 e커머스 기업과 물밑 접촉을 한 것으로 전해졌다. 얀덱스가 코로나19를 기점으로 급팽창 중인 음식 배달시장을 미래 먹거리로 점찍었다는 점을 감안하면 배달 수요가 높은 한국 시장을 눈여겨 볼 수밖에 없다는 게 업계 설명이다. 공정거래위원회에 따르면 국내 배달음식 시장 규모는 2019년 약 9조원에서 지난해 20조원 규모로 1년 만에 2배 이상 뛰었다.

국내 배달시장이 자율주행 기술 고도화에 최적화됐다는 점도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다. 특히 강남 3구(서초·강남·송파) 등 서울 중심지는 배달 수요는 물론 인구 밀도도 높아 자율주행 기술 핵심인 빅데이터를 비교적 단기간에 구축할 수 있다. 배달로봇을 통해 확보한 빅데이터를 자율주행차 개발에 활용할 수 있다는 장점도 있다. 업계 관계자는 “전 세계적으로 봐도 한국은 단위면적당 배달 물량이 가장 많은 편에 속한다”면서 “미국은 아직 라스트마일(last mile·소비자에게 상품을 배송하는 마지막 단계) 개념이 희박할 정도”라고 설명했다.

얀덱스의 배달로봇 '로버.' 얀덱스는 올해 프랑스에 이어 ‘미국판 배달의민족’ 그럽허브(Grubhub)와 손잡고 미국에서도 배달로봇 서비스를 시작했다. [사진 = 얀덱스 홈페이지 캡처]

배달로봇 업계는 관련 동향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대형 자본을 등에 업은 얀덱스가 개화 단계인 국내 배달로봇 시장을 잠식할 수 있다는 불안감 때문이다. 국내 배달로봇 시장은 규제로 인해 아직 걸음마 단계다. 국내 최초로 배달로봇 개발에 뛰어든 배달의민족 운영사 우아한형제들 등 일부 업체가 규제 샌드박스를 통해 제한적으로 시범 서비스를 운영하고 있다.

기술과 가격경쟁력도 위협적이다. 업계에 따르면 로버는 자율주행 배달로봇의 핵심부품으로 꼽혔던 고가의 라이다 센서를 카메라로 대체해 가격 경쟁력을 높였다. 모스크바의 혹독한 기후 조건에서 운행 테스트를 거듭하며 성능도 입증했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얀덱스의 기술력과 자본력은 우아한형제들 같은 국내 배달로봇 업체와 비교할 수 없을 정도”라며 “얀덱스가 한국에서 배달로봇 서비스를 시작하면 ‘게임체인저’가 될 가능성이 높다”고 밝혔다.

러시아 1위 검색포털

얀덱스는 음식·식료품 배달서비스 '얀고 델리(yango deli)'를 운영하고 있다. 사진은 얀고 델리의 배달기사(라이더). [이미지출처=로이터연합뉴스]

얀덱스는 2011년 미국 나스닥에 상장한 러시아 1위 검색엔진이다. 러시아 검색시장 점유율은 약 60%에 달한다. 자국 내 경쟁사인 구글의 점유율은 약 40%다. 카자흐스탄, 벨라루스, 우크라이나 등 옛 소련권 검색시장에서는 국가별로 10~15%의 점유율을 차지하고 있다. 본진인 러시아에서는 배달, 모빌리티, e커머스,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등 다양한 사업에서 독점적 지위를 유지하고 있다. 국내에서는 네이버, 카카오, 쿠팡, 우아한형제들 등 여러 플랫폼 기업이 나눠 가진 시장을 독과점한 셈이다.

얀덱스의 배달로봇 서비스는 해외시장에서 순항 중이다. 얀덱스는 올해 프랑스에 이어 ‘미국판 배달의민족’ 그럽허브(Grubhub)와 손잡고 미국에서도 배달로봇 서비스를 시작했다. 올 상반기 이스라엘, 한국 등에서 배달로봇 서비스를 순차적으로 선보이겠다는 의사를 밝힌 바 있다. 관련 실적도 상승세다. 얀덱스의 올 3분기 푸드테크(Foodtech) 부문 매출액은 98억루블(약 1579억원)로 전년 동기(44억루블) 대비 약 124% 증가했다.

이준형 기자 gilson@asiae.co.kr<ⓒ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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