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량 과대포장 甲' 자기도취증 심할수록 승진 속도 빠르다

CEO까지 승진 속도 29% 빨라…역량 과대포장에 능하기 때문

(사진제공=게티이미지)

[아시아경제 이진수 선임기자] 자기도취증이 심한 사람일수록 회사에서 최고경영자(CEO) 자리에 오르기까지 승진 속도가 다른 이들보다 빠른 것으로 조사됐다.

이탈리아 보젠볼차노자유대학 경제경영학부의 파올라 로벨리 조교수와 밀라노폴리테크닉대학 박사과정의 카밀라 쿠르니스는 현지 CEO 241명에게 설문지를 돌려 자기도취증이 어느 정도인지 조사하고 이들의 경력과 비교했다.

그 결과 자기도취증이 심한 사람일수록 승진 속도가 더 빠른 것으로 드러났다. 이는 인성의 치명적 결함인 자기도취증이 이들에게 득을 안겨준다는 뜻이다. 그러나 두 연구자는 그 이유에 대해 알아내진 못했다.

심리학에서 자기도취증, 다시 말해 ‘나르시시즘(narcissism)’이란 자기의 외모나 능력 같은 특정 이유를 들어 자기가 지나치게 뛰어나다고 믿거나 자기애, 자기중심적 성격 혹은 행동에 대해 가리키는 말이다. 따라서 나르시시스트(narcissist)들은 떠벌리기 좋아하고 자존심이 강하며 자기중심적인데다 타인에 대한 공감능력은 결여돼 있다.

두 연구자에 따르면 자기도취증은 CEO 같은 리더들의 특성 가운데 하나로 널리 알려져왔다. 로벨리 조교수는 지난 1일(현지시간) BBC와 가진 회견에서 "연구결과가 다소 걱정스럽다"며 "나르시시스트는 승진하겠다는 일념 아래 자기의 역량을 과대포장하는 데 능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자기도취 정도가 상대적으로 심한 CEO들은 묵묵히 그리고 열심히 일하는 다른 동료들과 자격 면에서 별 차이가 없으나 승진 속도는 29% 빠른 것으로 나타났다. 전반적으로 여성들은 자기도취 정도가 남성들보다 낮았다.

두 연구자는 업체가 신임 CEO 지명 과정에서 이번 연구결과를 참조하면 도움이 될 것이라고 장담했다. 자기도취증은 떠벌림, 착취 같은 부정적인 행동과 연관돼 있는데다 결국 조직에 나쁜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두 연구자는 기업들에 "나르시시스트를 CEO로 지명하지 않도록 주의해야 한다"는 경고도 잊지 않았다.

나르시시스트들 탓에 사내 승진 속도가 빨라지면 기업은 노련한 경험자보다 젊은 CEO를 앉히게 된다. 이는 결국 회사의 리스크로 돌아오게 마련이다.

이번 연구결과는 격월간 사회과학 저널 ‘리더십 쿼털리(Leadership Quarterly)’ 32권3호에 실렸다.

이진수 선임기자 commun@asiae.co.kr<ⓒ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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