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영끌'하는 2차 추경

[아시아경제 장세희 기자]여야가 올해 2차 추가경정예산(추경) 규모를 정부안보다 1조9000억원 늘렸다. 국민지원금 88% 확대, 소상공인희망회복자금 지원금 상향 등 곳곳에 지출 압력이 있는 상황을 반영한 데다 당초 약속했던 국채 상환 2조원도 사수했다.

추가 재원은 일부 사업을 축소한 것은 물론, 소상공인진흥기금에서 9000억원을, 채권 이자감소분 4000억원, 계약·낙찰가액 차이로 발생한 금액 6000억원 등을 통해 마련됐다.

국채 발행이라는 쉬운 방법 대신 기존 재원을 다시 파악해 쓰기로 한 것은 일단 긍정적이지만 특정 목적을 가진 기금에서 또다시 빼 쓰기로 한 점은 우려로 남는다. 정부는 소상공인진흥기금에서 9000억원을 조달하기로 했는데, 이 기금은 소상공인의 저금리 대출 사업 등에 쓰이도록 돼있다. 어차피 소상공인에게 돌아가야 할 돈을 정부가 현금으로 주는 것이다. 4차 대유행으로 고강도 사회적 거리두기가 지속되면 소진기금의 재정 여력은 고갈될 수 있다.

자국 통화의 안정을 유지하고, 외환의 매매 조작을 위해 운용하는 외국환평형기금도 재원 대상이다. 미·중 무역갈등 등 세계 경제 불확실성이 더욱 커지고 있다는 점에서 외평기금 역할은 중요하다. 게다가 이 기금에서 발생한 손실은 세계잉여금으로 메워야 한다.

국고채 이자율 편성 금리차로 발생한 이자 감소분도 모두 소진한다. 정부는 저금리 기조로 상반기에 4300억원을 절감했지만 1차 추경과 2차 추경 재원으로 활용하면서 더 이상 잔액을 남기지 않았다. 정부는 국가신용도를 고려해 국고채 이자상환 예산을 일부 남겨두는데, 완충역할을 하는 버퍼가 올해는 없다는 얘기다.

하지만 더 큰 문제는 여기저기서 ‘영끌’해 모은 재원이 의미있게 사용될지 여부가 불확실하다는 점이다. 4차 대유행으로 당장 시행할 수 없는 캐시백 사업 예산이 여전히 포함됐고, 중산층 이상에도 재난지원금이 지급된다. 정치권의 요구로 규모만 키운 것 아니냐는 의심을 지울 수 없다.

장세희 기자 jangsay@asiae.co.kr<ⓒ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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