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험 해약하고 적금 깨고…서민 살림 '팍팍'

코로나19 여파로 한산한 서울 중구 명동지하쇼핑센터. /문호남 기자 munonam@

[아시아경제 이광호 기자]코로나19로 소득이 줄어들면서 적금과 보험 중도 해약도 증가하는 추세다. 통상 적금과 보험은 금융 상품들 중 납입 원금에 비해 환급금이 작아 해약 순서가 가장 늦다. 손해를 감수해서라도 중도에 포기하는 사례가 늘어났다는 것은 일반 가계의 소득 상황이 예상보다 심각하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16일 생명보험협회에 따르면 올해 1분기 생명보험사 해지 환급건수는 153만7728건으로 전년 동기(148만4381건) 대비 5만3347건(3.6%) 증가했다. 같은 기간 해지환급금은 7조4817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7조7382억원) 보다 2565억7200만원(3.3%) 감소했다. 건수가 늘어났는 데도 해지환급금 규모가 줄어든 것은 코로나19로 보험료를 장기간 내지 못해 계약이 자동 해지되거나 카드 빚 상환이나 생활자금 마련을 위해 계약자 스스로 깨는 ‘생계형 해지’가 많았기 때문이라는 게 업계 분석이다.

보험사 관계자는 "계약 금액의 규모가 큰 계약자들은 해지환급금이 필요할 정도로 어려움이 발생하는 일이 상대적으로 적은 반면 소규모 금액 계약자들의 경우 그렇지 않은 경우가 많다"고 설명했다.

서민들의 목돈 마련 수단 가운데 하나인 정기적금도 중도 포기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소득은 줄거나 그대로인데 빚은 늘면서 적금을 해약하는 가계가 많아지고 있다는 것이다.

올해 1분기 기준 KB국민·신한·우리·하나·NH농협 등 5대 시중은행들이 보유한 정기 예금과 적금 등 저축성 예금은 총 663조3976억원으로 지난해 말(673조7286억원)보다 10조3310억원 줄어들었다.

은행별로는 국민은행의 예·적금 잔액이 139조2515억원으로 같은 기간 대비 4조9059억원이나 감소했다. 농협은행도 138조9456억원으로 2조542억원 감소했고, 하나은행(133조6972억원)과 신한은행(125조8874억원)도 각각 2조8013억원, 8445억원 줄었다.

금융권 관계자는 "보험을 중도에 해지하면 환급금이 납입 금액보다 크게 줄어든다는 점을 고려하면 보험 해약건수가 늘어났다는 것은 가계의 소득 상황이 최악으로 치닫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면서 “가계 소득이 줄어들고 부채가 늘어나면서 보험이나 적금을 유지하기 어려워진 것”이라고 말했다.

이광호 기자 kwang@asiae.co.kr<ⓒ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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