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택트, 집을 바꾸다] 발품 대신 ‘손품’… 사이버 모델하우스 시대가 열리다

코로나가 앞당긴 온라인 견본주택
부동산 거래도 VR 서비스 도입

지난 4월 분양한 더샵 송도아크베이 사이버 모델하우스 화면(자료=홈페이지 캡쳐)

[아시아경제 류태민 기자] #. 직장인 박성훈 씨(45·가명)는 오랜 전세살이 끝에 최근 내집 마련 준비에 한창이다. 곧 아파트 청약을 앞두고 있지만 김 씨는 비슷한 시기에 분양하는 아파트 단지들의 각 모델하우스에 직접 가는 대신 방 안에서 컴퓨터 화면을 들여다는 것을 선택했다. 이유는 사이버 모델하우스 때문이다. 사이버 모델하우스는 실제 주택을 360도 카메라로 촬영해 가상현실(VR) 영상으로 구현된다. 이를 통하면 입체영상(3D) 평면도는 물론, 각 방과 베란다, 화장실 등의 마감재까지 구석구석 살필 수 있다. 박 씨는 "기존 모델하우스는 집에서 멀리 떨어진 곳도 많고, 사람들이 붐비다보니 원하는 시간만큼 둘러보기도 어려웠다"며 "요즘 나오는 사이버 모델하우스는 실제 못지않게 생동감도 있고, 코로나19로부터 안전해 오히려 직접 방문할 때보다 더 편하다"고 말했다.

코로나19가 바꾼 분양시장…‘대세’로 떠오른 온라인 모델하우스

‘발품’이 중요하던 부동산 시장이 코로나19 확산 여파로 온라인 위주로 바뀌고 있다. 분양 시장에서는 아예 사이버 모델하우스가 오프라인 모델하우스를 대체하는 단지가 많아졌고, 온라인으로 하는 청약에도 사람들이 몰린다. 기존에 오프라인 모델하우스를 열고 몰려드는 방문객 인파로 ‘흥행 여부’를 가늠하던 모습과는 딴판이다. 실물 모델하우스를 연 곳도 대부분 방문 예약제 등 최소 규모로 운영하는 게 일반적이다.

온라인 부동산 투어가 주류로 떠오르자 유튜브를 활용하는 건설사도 늘었다. GS건설과 현대건설은 지난해부터 부동산 전문가가 실물 모델하우스를 둘러보고, 시청자들의 질문에 실시간으로 답하는 유튜브 라이브 방송을 진행하고 있다. 페이스북·카카오톡 채널로 실시간 상담을 진행하기도 했다. 부동산 업계 관계자는 "코로나19 확산으로 어쩔 수 없이 온라인 부동산 투어 서비스를 시작했는데, 소비자 사이에서 인기를 끌며 주류 문화로 떠오르고 있다"며 "두·세 달마다 짓고 부수기를 반복해야하는 실물 모델하우스보다 비용도 절감돼 건설사들도 환영하는 분위기"라고 말했다.

직방 VR홈투어 서비스 이용화면 (자료=홈페이지 캡쳐)

부동산 거래도 달라져… ‘발품’ 대신 ‘손품’ 판다

매매·전세 거래에도 가상현실(VR) 형태의 부동산 서비스 도입으로 ‘손품’을 파는 사례가 늘면서 부동산정보 플랫폼들도 앞다퉈 정보 고도화에 나서고 있다. 현재 직방은 3D단지 투어, 빅데이터로 인구밀집도 보기 등 다각화된 정보 제공에 주력 중이다. 관심 단지 아파트의 특정 층과 호수를 선택하면 실제 창가에서 보이는 바깥 풍경을 보여준다. 앞이 건물로 막혀 있는지, 산이나 강이 보이는지를 확인할 수 있다. 계절과 시간대별로 채광이 달라지는 모습도 구현한다. 직접 해당 가구를 가보지 않아도 아파트 전망까지 확인할 수 있게 된 셈이다.

다방은 내달 VR룸투어·동영상 홈투어 서비스와 함께 전자계약서비스를 출시할 계획이다. PC나 모바일로 VR 360도 영상을 보며 마치 온라인에서 간편하게 호텔을 예약하듯 매물을 간접 경험할 수 있다. 또 전자계약서비스가 도입되면 매물 현장에 직접 가지 않고도 모바일로 계약까지 처리할 수 있다는 게 특징이다. 다방 측은 "비대면 문화 확산에 맞춰 현장에 오지 않아도 계약까지 처리할 수 있는 서비스를 제공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소비자들, "온라인 서비스 환영"… 의사결정시 도움

최근 부동산을 거래할 때 온라인 서비스를 이용하는 이들이 늘고 있다. 실제로 부동산 플랫폼 직방의 설문조사 결과 VR형태의 부동산 중개 서비스를 이용해 볼 의향이 있냐는 질문에 전체 응답자 중 89.8%가 ‘있다’라고 답했다. VR형태의 부동산 중개 서비스를 활용해 온라인으로 집을 보는 것에 대해 전체 응답자 중 94.8%가 의사결정에 ‘도움된다’라고 답하기도 했다.

이들은 ‘오프라인 현장을 가보지 않고 확인할 수 있어서(42.8%)’를 가장 큰 이유로 꼽았고, ‘직접 동작하면서 전망, 일조량, 평면구조 등 확인이 가능해서(20.9%)’, ‘완공 전 실물처럼 확인이 가능해서(18.5%)’, ‘시간제약없이 확인할 수 있어서(7.7%)’ 등이 뒤를 이었다. 직방 관계자는 "온라인 부동산 중개 서비스는 코로나19 확산으로 현장 방문을 꺼리는 경우도 많고, 시간과 장소에 구애받지 않고 매물을 확인할 수 있어 인기가 높다"며 "앞으로도 부동산정보 서비스는 계속 발전해나갈 전망"이라고 말했다.

류태민 기자 right@asiae.co.kr<ⓒ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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