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승소율 높다는 공정위의 궁색한 변명

[세종=아시아경제 권해영 기자] "공정거래위원회의 전부승소 비율(75.2%)은 국가 전체 행정소송의 전부승소비율(55.5%)에 비해 매우 높은 수준이다."

공정위는 지난 8일 본지가 보도한 '공정위 헛다리 과징금 1조원' 등 2건의 기사에 대해 보도설명자료를 내고 이 같이 반박했다. 의아했다. 1심 법원 판결에 준하는 공정위 처분을 국가 전체의 행정처분과 동일선상에 놨기 때문이다. 여타 행정기관과 달리 공정위 관련 행정소송은 3심이 아닌 2심 만으로 끝낸다. 공정위가 조사(검사)도 하지만 심판(판사)으로도 뛰기 때문이다. 검사가 재판에 지는 것과 재판부의 결정이 상급심에서 뒤집히는 건 다른 차원이다.

공정위는 2015~2019년간 행정소송 패소율(일부 패소 포함)이 24.7%란 보도에도 '일부 승소'를 포함하면 승소율이 92.8%라고 했다. 일부패소를 일부승소로 뒤집으니 패소율이 24.7%에서 7.2%로 급감했다. 최근 5년간 과징금 환급액이 9908억원이란 보도도 과다 계산됐다고 했다. 공정위 설명에 따르면 과징금 실질 환급액(6703억원)은 같은 기간 수납액(2조459억원, 퀄컴 과징금 제외분)의 32.7%로 여전히 높은 편이다. 과잉제재와 행정력 낭비란 비판을 비켜갈 수 없는 것이다.

그러나 핵심인 심판 독립성 논란에 대한 구체적인 해명은 설명자료엔 없었다. 조사, 심판 기능이 엄격히 분리돼 있다며 공정거래법상 관련 규정을 첨부한 게 전부다. 명백한 사실은 심판을 담당하는 위원회 9명 중 7명의 인사권을 사실상 위원장이 틀어쥐고 있단 점이다. 현재 상임위원 5명 중 3명은 사무처에서 조사를 담당하다가 조성욱 위원장의 발탁으로 1급으로 승진했다.

재계는 물론 법조계, 학계 등 외부의 비판에도 자화자찬에 빠진 공정위에 내부로부터의 개혁을 기대하는 건 무리다. 우리 공정위의 모태인 일본 공정위는 2014년 심판 기능을 폐지했고, 관련 행정소송을 3심제로 전환했다. 판검사 1인2역을 하는 공정위의 심판 독립성 확보를 위해 위원회의 인사권 변경 또는 심판 기능 폐지, 공정거래 사건의 3심제 전환 등 논의를 진지하게 시작할 때다.

권해영 기자 roguehy@asiae.co.kr<ⓒ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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