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공정위 '헛다리 과징금' 1조원

일단 '때리고 보자' 부과 남발
행정소송 패소 이유로 되돌려줘
증거 부족한데 기업 규제 치중 무리수

[세종=아시아경제 권해영 기자] 공정거래위원회가 지난 5년간 행정소송 패소 등을 이유로 기업들에 되돌려 준 과징금이 1조원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 기간 전체 과징금 수납액이 2조원을 약간 웃돈 점을 감안하면 절반 가량을 기업에 다시 돌려준 셈이다. 경쟁을 해치는 기업들을 '본보기' 삼는다는 명목으로 과징금 폭탄을 던져놓고 뒤늦게 되돌려준다는 점에서 과잉 제재의 결과라는 해석이 나온다. 특히 네이버, SPC그룹, 롯데마트 등 공정위 제재를 받은 기업들이 잇따라 행정소송을 제기한 만큼 법원 판결 후 과징금 환급 규모는 더 늘어날 전망이다.

8일 국회예산정책처에 따르면 공정위는 2016~2020년 행정소송 패소 등에 따라 과징금 9908억원을 환급했다. 같은 기간 과징금 수납액(2조459억원, 퀄컴 과징금 제외분)의 48%를 기업에 다시 돌려준 것이다. 공정위는 사업자가 제기한 소송에서 확정적으로 패소하거나 직권으로 과징금 처분 취소 사유가 발생하면 수납한 과징금을 환급한다.

공정위 제재 조치 4건 중 1건은 법원에서 뒤집히고 있다. 지난해 공정거래백서에 따르면 2015~2019년 공정위 시정조치에 불복해 총 380건의 행정소송이 제기됐고, 이 중 공정위 패소가 확정된 사안은 일부 패소 포함해 94건이다. 패소율은 24.7%다.

재계에선 공정위가 경쟁당국으로서 경쟁제한 상태 해소 보다는 규제에만 초점을 맞추다 보니 무리한 제재가 잇따르고 있다고 지적한다. 증거가 불충분한 상황에서 과징금 과다 청구, 검찰 고발 등으로 기업 활동을 옥죄고, 행정력을 낭비하고 있다는 것이다.

특히 현 정권 들어 반(反)기업 정서가 높아지면서 제재 만능주의로 치닫고 있다는 비판도 적잖다. 일각에선 판·검사 역할을 동시에 수행하는 공정위의 구조적인 문제로 내부 심판 기능이 제대로 작동하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도 내놓는다.

공정거래법 전문가는 "공정위는 미국 연방거래위원회(FTC)를 벤치마킹했지만 FTC와 달리 사실상 조사, 심판 기능이 분리되지 않아 기업 입장에선 심판의 공정성을 기대하기 어렵다"며 "공정위 심판 기구의 독립성을 강화하거나 중요한 사안은 FTC가 아닌 법무부가 조사해 법원에 판단을 맡기는 미국과 같은 방식으로 공정위 심판 체계 개혁을 논의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권해영 기자 roguehy@asiae.co.kr<ⓒ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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