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거둬들인 교통 범칙금·과태료 8600억원, 다 어디로 갔나

최근 3년새 630억원 늘어
무인단속장비 매년 12% 증가
공익신고 두 배 이상 급증

20%만 응급의료기금 투입
나머지는 사용처 알 수 없어
국회서 '50% 안전기금' 법안 발의

[아시아경제 이관주 기자] 운전자와 보행자가 낸 범칙금과 과태료가 연간 9000억원에 육박하지만 ‘깜깜이 쓰임새’ 논란이 해소되지 않고 있다.

17일 경찰청에 따르면 최근 3년간 경찰이 징수한 교통법규 위반 범칙금·과태료는 2018년 7985억원, 2019년 8455억원, 지난해 8618억원으로 해마다 증가 추세다. 교통사고 줄이기와 안전 확보를 위해 경찰의 단속이 강화된 데다 무인 단속 장비의 확충, 공익신고 증가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최근 3년간 무인 단속 장비는 7972대, 8982대, 1만164대로 매년 12~13%가량 꾸준히 증가했다. ‘스마트 국민제보’ 등을 통한 교통법규 위반 공익신고 접수도 2018년 104만281건에서 지난해 212만8443건으로 3년 새 두 배 이상 급증했다. 경찰 관계자는 "교통법규 위반이 교통안전을 위협한다는 국민적 공감대가 형성됐고, 스마트폰 등을 통한 신고가 용이해져 공익신고가 크게 늘어난 점이 범칙금·과태료 증가에 큰 영향을 미쳤다"고 설명했다.

올해부터 도심부 제한 속도를 낮추는 ‘안전속도 5030’ 시행을 비롯해 전동킥보드 이용 시 헬멧 미착용, 무면허 운전 등 이용규제가 강화돼 범칙금·과태료 징수액은 더욱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하지만 교통안전 확보를 위해 처벌 개념으로 부과된 범칙금과 과태료가 본래 취지와 맞지 않게 쓰이고 있다는 지적이다. 경찰이 거둬들인 돈은 응급의료기금에 20%가 투입될 뿐 나머지는 국고인 일반회계 세외수입으로 분류돼 어디에 어떻게 쓰이는지조차 알 수 없다. 일반회계인 만큼 공무원 임금 지급이나 관공서 신축 등 교통안전과 무관하게 ‘가욋돈’으로 이용될 가능성이 나온다.

교통법규 위반으로 부과된 법칙금·과태료 중 일정 비율을 교통안전 관련 사업에 사용하도록 하는 개정법들이 국회에 지속적으로 발의돼 왔다. 이번 21대 국회에서도 임호선 더불어민주당 의원 대표발의로 과태료·범칙금의 50%를 재원으로 ‘교통안전기금’을 설치하는 법안이 발의돼 관련 소위원회에 계류 중이다. 다만 기획재정부 등에서 "교통안전시설은 지방자치단체의 업무"라는 이유로 줄곧 반대 입장을 밝혔던 만큼 이번에도 법안 통과에는 진통이 예상된다.

경찰은 범칙금·과태료 부과 취지에 맞게 교통안전을 위해 일정 부분 사용돼야 한다는 입장이다. 경찰청 관계자는 "유럽 등 선진국 대부분이 교통법규 위반 범칙금·과태료를 교통안전시설 확충에 사용하고 있다"며 "교통사고가 응급의료 수요를 발생시킨다는 이유로 응급의료기금에 일정 부분 과태료·범칙금을 투입하고 있는데, 교통사고 예방을 위한 안전시설 설치에도 사용할 수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이관주 기자 leekj5@asiae.co.kr<ⓒ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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