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값하락 아닌 상승에 베팅…강남 아파트 증여 역대급

강남 아파트 증여 전월 대비 6.3배↑
보유세 높이자 매도 아닌 증여 행렬
집값하락 보다는 상승 내다본 선택

서울 강남구 강남세무서 앞의 세무사 사무실의 상속ㆍ증여 관련 간판 [이미지출처=연합뉴스]

‘다주택자는 집값 하락이 아닌 상승에 베팅했다.’ 지난달 서울 강남구에서 아파트 증여가 ‘역대급’으로 증가한 것에 대한 시장의 평가다. 오는 6월 보유세·양도소득세 강화를 앞두고 다주택자들이 잉여 주택을 처분하면 집값이 안정될 것으로 기대한 정부의 바람과는 전혀 다른 흐름이다.

20일 한국부동산원의 월간 아파트 거래 현황(신고일자 기준)에 따르면 지난달 서울의 아파트 증여는 2019건으로 2월(933건)에 비해 2배 이상 증가했다. 특히 고가아파트 단지가 밀집한 강남구의 경우 아파트 증여가 812건으로 집계돼 전달(129건) 대비 6.3배나 급증한 것으로 조사됐다.

통상 6월1일을 기준으로 종합부동산세와 재산세 등 보유세가 과세되기 때문에 그 이전에 증여가 몰리는 경향이 있다. 하지만 올해 3월 강남구의 아파트 증여는 2018년 6월(832건)을 제외하면 가장 많을 정도로 ‘역대급’이다. 최근 2년8개월 동안 증여가 47∼420건 사이였던 것을 고려하면 800건이 넘는 증여는 이례적이란 분석이다. 서울 전체 아파트 거래에서 증여가 차지하는 비중도 24.2%에 달한다. 이는 부동산원 조사 이래 최고치다.

정부에 따르면 다주택자의 경우 6월부터 3주택자 이상(조정대상지역은 2주택자 이상)의 종부세가 기존 0.6∼3.2%에서 1.2∼6.0%로 상향 조정된다. 양도소득세도 중과세율이 20∼30%포인트로 기존 대비 10%포인트 오른다. 증여로 아파트의 명의를 분산하면 추후 시세차익을 누릴 수 있는 것은 물론 종부세 부담도 줄일 수 있다.

증여 역시 증여세와 취득세, 부담부증여일 경우 일부 양도세도 부과된다. 그런데도 강남구의 증여가 크게 증가했다는 것은 강남 아파트값 상승 기대감이 여전해 세금을 물더라도 증여를 통해 아파트를 계속 보유하겠다는 의지로 보인다.

여기에는 내년 대선을 앞두고 정부가 민심 회복을 위해 종부세 등 보유세 부담을 일부 완화할 수 있다는 기대감도 반영된 것으로 분석된다. 업계 관계자는 "보유세 등 세금을 높인 것은 다주택자들의 매물이 시장에 나오도록 해 집값을 잡기 위한 목적인데 증여가 늘었다는 것은 정부 정책이 효과를 못 거뒀다는 의미"라고 말했다.

문제원 기자 nest2639@asiae.co.kr<ⓒ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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