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 '주체·자주성 없는 어용노조 설립은 무효'

[아시아경제 배경환 기자] 회사가 기존 노동조합을 무력화할 목적으로 세운 어용노조는 설립 자체가 무효라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25일 대법원 3부(주심 이동원 대법관)는 전국금속노조가 유성기업과 회사 노조를 상대로 낸 노조 설립 무효확인 소송 상고심에서 원고 승소로 판결한 원심을 확정했다.

2011년 금속노조 유성기업지부는 교대제 근무 도입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사측과 직장 폐쇄에 이르는 갈등을 겪었다. 이에 회사 측은 노조를 무력화할 목적으로 2011년 7월 제2노조를 만들었다. 직원을 상대로 새 노조 가입을 종용했고 노조 활동을 하지 않던 관리직 사원들까지 가입을 유도한 끝에 새 노조는 직원의 과반이 가입한 다수 노조가 됐다.

이에 금속노조 유성기업지회는 "사측이 설립한 노조는 무효"라며 회사와 제2 노조를 상대로 소송을 냈다.

1심은 회사가 만든 제2노조가 자주성과 독립성을 확보했다고 보기 어렵다며 설립 자체가 무효라고 판단했다. 2심 역시 사측이 설립한 노조를 인정하지 않았다. 회사 측은 회사 노조가 설립 당시에는 자주성과 독립성이 부족했지만 설립 이후에는 요건을 갖췄다며 항소했지만 재판부는 노조의 실질적인 요건으로 자주성·단체성을 명시한 노동조합법을 위반했다고 판단했다.

이날 대법원도 같은 입장을 유지했다. 재판부는 "사용자가 노조 활동을 지배하거나 개입하기 위해 노조를 설립했다면 설립 신고가 수리됐다고 해도 노동3권을 지닌 주체로서 노조의 지위는 없다고 봐야 한다"고 판시했다.

대법원 관계자는 "노조가 설립 당시 주체성과 자주성 등의 실질적 요건을 갖추지 못하면 설립 무효 확인 소송을 할 수 있다고 본 최초의 판시"라고 설명했다.

배경환 기자 khbae@asiae.co.kr<ⓒ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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