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자리 찾는 노년층' 비중, 文정부 들어 12.5%P 커졌다

단기 공공일자리 늘수록 비자발적 실업자 증가 악순환

[세종=아시아경제 문채석 기자] 문재인 정부 출범 후 65세 이상 실업자 가운데 직장 휴폐업 등 비자발적 사유로 일을 그만두고 구직활동에 나선 인구 비중이 해마다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노년층은 주로 정부나 지방자치단체가 만든 공공일자리 취업 비중이 높은데, 일자리 계약이 끝날 때마다 다시 구직시장에 등장하기 때문이다. 정부가 단기 공공일자리를 늘릴수록 비자발적 실업자만 계속 양산될 것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23일 아시아경제가 통계청 경제활동인구조사 마이크로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지난달 65세 이상 실업자는 42만1000명으로, 현 정부 출범 직후인 2018년 1월의 11만2000명보다 2.8배 늘었다. 이 가운데 휴폐업, 일거리 소진 등 일을 계속하고 싶어도 어쩔 수 없는 사유로 실업자가 된 부류는 같은 기간 8만2000명에서 36만1000명으로 증가했다.

전체 실업자에서 비자발적 실업자가 차지한 비중은 73.2%에서 85.7%로 12.5%포인트 상승했다. 65세 인구 100명 가운데 구직시장에 나선 실업자가 3년 전 73명이었다면 지난달엔 85명으로 늘어난 셈이다.

이 같은 결과는 공공일자리를 확대해 노년층 소득을 확보해준다는 정부의 취지와 크게 어긋난 것이다. 소위 '인위적 일자리'가 일시적으로 취업자를 끌어올리기는 했지만 일거리가 사라질 경우 '실업자' 신분으로 구직시장에 남아있을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공공일자리를 늘릴수록 구직활동에 나서는 노년층 역시 점차 늘어날 것이라는 얘기다.

문제는 정부가 여전히 단기 공공일자리 위주의 고용 정책을 반복하고 있다는 점이다. 정부는 1분기에 90만개의 직접일자리를 만들겠다고 밝힌 바 있다. 직접일자리는 재정을 풀어 공공근로 등 한시적 일자리를 제공하는 사업이다.

현 정부 들어 노인일자리는 지속적으로 늘었다. 보건복지부를 예로 들면 2018년 51만개였던 노인 및 사회활동 지원사업 일자리 수는 2019년 64만개, 지난해와 올해에는 각각 74만개와 80만개로 확대됐다. 올해 80만개 가운데 73.8%가 공공일자리다.

전문가들은 인구 노령화가 가속화되는 상황을 감안할 때 65세 이상 노년층의 고용대책을 보다 근본적으로 세워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금재호 한국교육기술대 교수는 "65세 이상 고령자에 대한 직업훈련 강화와 함께 임금피크제처럼 최저임금을 연령별로 차등 지급하는 안을 진지하게 논의해야 한다"고 했다.

고소득 정보통신기술(ICT) 업종 구직시장에서 65세 이상 고령층과 청년·여성 간에 수요가 겹칠 수 있기 때문에 고령층은 건설·제조업 등 기존 경력을 살려 재취업할 수 있도록 하는 ‘일자리 매칭’ 정책 마련이 시급하다는 의견도 나온다.

윤동열 건국대 경영학과 교수는 "코로나19 확대로 외국인노동자 수급이 쉽지 않아 인력난이 심한 중소기업 현장에 고령자들을 배치해야 한다"며 "건설·제조업 등 고령자들이 실직 전에 종사했던 일자리를 찾아내 매칭해주는 게 중요하다"고 조언했다.

세종=문채석 기자 chaeso@asiae.co.kr<ⓒ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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