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주 7년, 텅 빈 하남미사지구… 신도시 '상가 공실' 여전

상가 4000여개 중 절반이 빈 점포
위례·다산 등 신도시 고질적 문제
상가 수요에 비해 높은 공급이 원인

[아시아경제 박준이 기자] "이렇게 텅텅 비어있는데 사람들이 오겠어요?"

경기 하남시 지하철5호선 미사역 인근의 한 식당. 주인 이모(62)씨는 '임대 문의'가 안내문이 붙은 상가 건물을 가리키며 말했다. 이씨는 "시간이 지나도 빈 점포가 다 차진 못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기자가 최근 방문한 미사역 앞 대로변 상가들은 빈 점포가 즐비했다. 미사역 주변은 3만8000여가구 규모의 대규모 신도시인 하남 미사강변도시 중심부다. 건물 곳곳에는 임대를 알리는 문구가 붙어 있었다. 이날 기자가 방문한 미사역 반경 500m 이내 10개 상가 모두 50~70%는 빈 상태였다. 심지어 완공된 지 3년 된 A상가는 미사역 바로 앞임에도 입주율이 50%에 못 미쳤다.

2014년부터 아파트 입주가 시작된 미사지구는 지난해 미사역 개통 이후 집값이 가파른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국토교통부 실거래가공개시스템에 따르면 지구내 망월동 '미사강변푸르지오' 84㎡(전용면적)의 경우 지난해에는 27%나 급등했다. 현재 이 면적대 아파트 평균 매매가격은 11억~12억원선에 형성돼 있다.

하지만 상가 시장은 딴판이다. 이지역 홍석원 홍앤리공인중개사사무소 대표는 "지구내 중심상업지역에서 입주 가능한 상가 4000여개 중 절반 가량이 공실"이라며 "세입자를 유치하기 위해 점포주들이 임대료를 낮추고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경기 하남시 미사역 인근에 아파트와 상가 건물이 지어지고 있다.

이 같은 현상은 수도권 일대에 들어선 주요 신도시들이 공통적으로 겪고 있는 고민이다. 같은 2기신도시인 위례신도시나 남양주 다산신도시 역시 대부분 상가 공실률이 낮게는 30%에서 높게는 50%에 이르는 것으로 전해졌다.

신도시 일대 상가의 대규모 공실 사태는 수요를 고려하지 않은 과잉 공급이 원인이라는 것이 전문가들의 견해다. 온라인 구매, 핵가족 증가 등의 변화로 오프라인 상권 수요는 줄고 있지만 실제 수요량이 상가 공급량에 반영되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조주현 건국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신도시 개발 과정에서 사업주체들이 유동인구나 상가 이용률 등을 제대로 분석하지 않은 채 이익 확보를 위해 땅값이 높은 상업용지 비중을 높이면서 발생하고 있는 문제"라고 설명했다.

박준이 기자 giver@asiae.co.kr<ⓒ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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