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류역사상 가장 오래된 동굴벽화, 인도네시아서 발견…'4만5500년 전 그림'

인도네시아 술라웨시 섬에서 발견
예술능력 유럽서 발견됐다는 이론 반박

호주 그리피스대 애덤 브럼 교수 연구진은 인도네시아 술라웨시 섬에서 4만5500년 전에 그려진 것으로 추정되는 동굴 벽화를 발견했다. [이미지출처=EPA연합뉴스]

[아시아경제 공병선 기자] 현생인류가 그린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동굴벽화가 인도네시아에서 발견됐다. 연대측정 결과 최소 4만5500년전 구석기시대 그려진 벽화로 추정된다. 기존 예술의 최초 발상지로 알려진 유럽 동굴벽화보다 오래된 것으로 알려지면서 학계에 큰 여파가 예상되고 있다.

13일(현지시간) 영국 가디언에 따르면 호주 그리피스대 애덤 브럼 교수 연구진은 국제 학술지인 '사이언스 어드밴스'에 실물크기의 야생멧돼지가 그려진 동굴벽화를 인도네시아 술라웨시섬에서 발견했다고 발표했다.

해당 동굴벽화에는 완전하게 그려진 돼지 한 마리와 일부분만 남은 돼지 두 마리, 사람의 손도장 등이 그려져있다. 아담 브럼 그리피스대 교수는 “돼지들 간 싸움이나 상호작용을 관찰하고 그림을 그린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동굴 벽화는 붉은 황토색 색료를 사용해 칠해졌다.

연구진은 연대 측정결과 이번에 발견된 동굴 벽화는 최소 4만5500년으로 추정된다고 밝혔다. 이는 기존 가장 오래된 것으로 알려진 동굴벽화보다 약 1000년 이상 오래된 것이다. 맥심 오베르 그리피스대 교수는 “우라늄 계열 동위원소 연대 측정법을 활용해 그림 위 석회암 퇴적물을 분석했다”며 “우라늄을 추출한 벽화의 방해석 막은 최소 4만5500년 전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방해석 막은 벽화 위에 물이 스미면서 생기기 때문에 보통 벽화의 연대를 측정할 때 많이 활용된다.

이번 발견은 인간의 예술 능력이 유럽에서 기초됐다는 기존 주장을 반박하는 근거가 될 것이라고 연구진은 설명했다. 과거 구석기 동굴 벽화는 프랑스와 스페인 남부 등 주로 유럽에 집중 발굴돼왔다. 이에따라 고고학계는 유럽이 예술의 발원지라고 한때 주장하기도 했다. 하지만 2014년 인도네시아 술라웨시 섬에서 4만년 전 동굴 벽화를 발견하는 데 이어 2019년 같은 곳에서 4만3900년 전에 그려진 동굴 벽화를 발견했다고 발표하면서 기존 유럽 중심설이 흔들리기 시작했다.

이 동굴벽화는 호모 사피엔스의 이동에 대한 연구에도 도움이 될 전망이다. 폴 퍼피트 영국 더램대 교수는 과학 잡지사 뉴사이언티스트와의 인터뷰에서 "초기 인류가 아프리카를 떠나 인도네시아의 섬들을 지나 6만5000년 전 호주에 도착했을 가능성을 보여준다"며 "다만 아직 인류의 화석 증거가 불충분해 네안데르탈인 등 다른 인류가 벽화를 그렸을 가능성도 있다"고 덧붙였다.

공병선 기자 mydillon@asiae.co.kr<ⓒ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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