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희윤기자
스불재는 스스로 불러온 재앙의 줄임말로 의욕이 앞서 스스로 감당하기 어려운 결과를 만든 자신의 선택을 후회할 때 주로 사용한다. 일러스트 = 오성수 작가
[아시아경제 김희윤 기자] “26세, 신용등급 9등급인데 금리 21%에 4000만원 전액 할부로 벤츠 E클래스 카브리올레 샀습니다” 최근 외제차 구매를 고민했던 이승재(27가명) 씨는 차량 구매를 말리는 여자친구 등쌀에 카푸어 오픈채팅방에 가입, 오가는 대화를 지켜보고 있다. 그는 취업 후 자신의 로망인 외제차 구입을 알아보던 중 유예할부와 고금리 대출 상품으로 손쉽게 구매가 가능한 것을 보고 즉시 행동에 나서려 했으나 가족과 여자친구의 만류로 실행에 옮기진 못했다고 설명했다. 이 씨는 오픈채팅방에서 무리하게 외제차를 구매한 동년배 카푸어들의 이야기를 보면서 들뜬 마음을 가라앉힌다고 말했다. 월급은 세후 350만원인데 월 납입금에 보험료, 유류비 등 월평균 290만원을 지출하느라 1년 버티다 결국 차를 처분했더니 빚만 3000만원 남았다는 사회 초년생 카푸어의 이야기가 차종과 액수만 조금씩 달랐을 뿐 끝없이 이어지는 걸 보고 결국 이 씨는 금전적 여유를 더 확보한 뒤 차를 구매하기로 마음을 돌렸다고 했다.
스불재는 스스로 불러온 재앙의 줄임말로 의욕이 앞서 스스로 감당하기 어려운 결과를 만든 자신의 선택을 후회할 때 주로 사용된다. 국토교통부와 금융감독원이 2018년 발표한 ‘20대 수입차 리스 현황’에 따르면 수입차 리스 계약 금액 1231억 8000만원 중 약정기간을 채우지 못하고 중도해지를 하면서 부담한 수수료가 4년간 약 13억원에 달한 것으로 나타났다. 당장 적은 돈으로 차를 구매할 수 있어 젊은 층이 주로 이용하는 원금 유예할부는 할부기간이 끝나면 다시 목돈을 부담해야하기 때문에 잔액을 못내는 경우가 빈번하다는 게 업계 관계자의 설명이다. 차량정비업체 관계자는 “부품 재고 등 상황에 따라 국내차 대비 수리비가 3~5배 이상 드는 외제차도 많은데 운전 중 사고 발생 시 갓 취업한 사회초년생이 감당하기 어려운 금액이 발생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스스로 불러온 재앙에 대한 책임은 고스란히 본인에게 돌아가기 마련이다. 카푸어의 사례를 거울삼아 새해에는 안분지족의 자세를 갖는 건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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