샐러리맨들이 밀려난다…도심 주변도 '10억 전세 시대'

마포·용산·성동구 84㎡ 10억원 경신 이후
서대문·동대문구 주요 단지 9억원 키맞추기
e편한세상신촌 공인 "10억 아래 매물 없다"
외곽 노원구마저도 학군 우수 단지 8억원 돌파
정부 전세대책에도 지속되는 상승세

남산에서 바라본 서울 강북권 아파트 전경 [이미지출처=연합뉴스]

[아시아경제 임온유 기자] 천정부지로 치솟은 아파트 전셋값에 샐러리맨들이 도심에서 밀려나고 있다. 4인 가족의 서울 도심 주변부 전세살이조차 최소 10억원이 필요해졌기 때문이다. 계약갱신청구권제, 전ㆍ월세상한제 등 '임대차 2법' 시행으로 중산층의 주거 안정이 심각한 위협에 직면하고 있다는 우려가 확산하는 분위기다.

4일 일선 부동산 중개업계와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공개시스템 등에 따르면 최근 서울 서대문ㆍ동대문구 일대 주요 단지 84㎡(전용면적) 전세가격이 잇따라 10억원에 육박하고 있다. 앞서 마포ㆍ용산ㆍ성동구(일명 '마용성') 일대 같은 면적대 아파트 전세가격이 잇따라 10억원을 넘어선 데 이어 인근 지역조차 일제히 키맞추기를 하고 있는 흐름이다.

서대문구 북아현동 e편한세상신촌3단지 84.93㎡는 지난 1일 9억5000만원에 전세 계약이 이뤄졌다. 서대문구에서 85㎡ 이하 아파트 전셋값이 9억원대를 기록한 첫 사례다. 앞서 9월 최고 7억5600만원이었던 이 아파트의 전셋값은 불과 두 달 만에 2억원 가까이 뛰었다. 이 지역 A공인중개사사무소(공인) 관계자는 "2000가구에 가까운 이 단지에 84㎡ 매물은 한두개에 불과할 만큼 전세 매물 씨가 말랐다"면서 "지금은 10억원 아래로 내놓은 집주인은 한 명도 없다"고 말했다.

같은 날 동대문구에서도 전셋값 9억원을 넘긴 전세계약 신고가 이뤄졌다. 답십리동 래미안위브 84.99㎡가 9억3000만원에 거래됐다. 이 단지에서는 지난달 13일 84.98㎡ 전세 매물이 동대문구에서는 처음으로 9억원에 거래됐었다. 현재 같은 면적대 전세 매물은 최고 9억5000만원까지 호가가 오른 상태다.

84㎡는 일반적으로 공급면적 기준 32~34평형대로 방 3개, 욕실 2개 구조를 갖추고 있는 대표적인 4인 가족 거주용이다. 이 때문에 업계에서는 최근 가격과 시장 흐름을 고려하면 사실상 도심 주변부 중산층 아파트 전세가격 기준점이 10억원대로 올라섰다는 평가를 내리고 있다. 천정부지로 치솟은 전셋값 탓에 중산층조차 교육여건이 뛰어난 강남권은 고사하고 직주근접의 장점을 누릴수 있는 도심 주변부에서조차 밀려날 위기에 맞닥뜨린 셈이다.

앞서 강북권에서 인기가 높은 '마용성' 일대에서는 이미 84㎡ 아파트 전셋값이 10억원을 훌쩍 넘어섰다. 마포구에서는 현석동 래미안 웰스트림 84.96㎡가 지난달 8일 직전 전셋값보다 1억원 높은 10억5000만원에 거래됐고 용산구에서는 이촌동 한가람 84.96㎡가 10억원에 계약됐다. 성동구에서는 하왕십리동 센트라스 84.99㎡가 지난달 13일 10억2000만원, 옥수동 옥수파크힐스 84.92㎡가 지난달 16일 10억원에 계약서를 썼다.

외곽지역 전셋값도 안심할 상황이 아니라는 것이 업계의 전언이다. 상대적으로 전셋값이 저렴한 노도강(노원ㆍ도봉ㆍ강북)과 금관구(금천ㆍ관악ㆍ구로)의 전셋값 상승세도 매섭다. 노원구 일대 학군ㆍ학원가 수요가 많은 일부 아파트는 이미 84㎡ 전셋값이 8억원을 넘어섰다. 중계동 청구3차 84.77㎡는 준공 25년 차임에도 지난달 24일 8억원에 전세 계약이 체결됐다. 이 아파트 인근 B 공인 관계자는 "단지 내 고층에 리모델링까지 된 집은 8억9000만원에도 나와 있다"고 말했다.

정부가 지난달 19일 발표한 임대차시장 안정화 방안 역시 시장을 진정시키지 못하고 있다. 2022년까지 수도권에 7만1400가구의 전세형 임대를 내놓겠다는 정부 발표에도 오히려 전세가격은 더 가파르게 뛰는 분위기다. KB국민은행에 따르면 지난달 서울지역 주택 평균 전셋값은 전월 대비 2.39% 급등했다. 2002년 3월 이후 18년8개월 만의 최고 상승폭이다.

한국건설산업연구원은 "기존 공공임대 공실을 활용한 1만5700가구, 5ㆍ6대책과 8ㆍ4대책 등에서 이미 발표한 물량 중 전세 전환 물량 2만9500가구를 빼면 실제 신규 공급은 2만6200가구"라면서 "총량적으로 분석해보면 2020년 월간 평균 서울 주택 신규 전ㆍ월세 거래량의 1.3배 수준에 불과해 물량이 주는 시장 파급력을 지켜볼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정부 공급이 전세난의 진원지인 아파트가 아닌 연립ㆍ오피스텔 위주라는 점도 대책 효과를 떨어뜨리는 요인으로 지적된다. 양지영 R&C연구소장은 "최근 전세난의 핵심은 아파트 물량 부족"이라며 "주거환경이 떨어지는 외곽지역 연립ㆍ다세대ㆍ오피스텔로 수요를 분산시키기에는 한계가 있다"고 말했다.

임온유 기자 ioy@asiae.co.kr<ⓒ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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