넷플릭스 대항마라더니…퀴비, 출시 6개월만에 폐업 수순

저조한 시청률·소송에 발목…자체 컨텐츠·유료화 사업모델 실패
플랫폼 경쟁 심화에 결국 무릎 꿇어

[이미지출처=로이터연합뉴스]

[아시아경제 권재희 기자] 넷플릭스의 대항마로 평가받던 동영상 스트리밍업체 '퀴비'가 서비스 출시 6개월만에 사업을 접는다. 드림웍스 창업자 등 헐리우드 거물들이 설립해 서비스 출시 전부터 1억5000달러 규모의 광고물량을 확보하면서 스트리밍 시장의 지각변동을 예고했지만 저조한 시청률과 경쟁사와의 소송에 발목을 잡혔다. 넷플릭스, 디즈니+, 유튜브 등 경쟁사와의 차별화에도 실패했다.

21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제프리 카젠버그 퀴비 창립자와 멕 휘트먼 최고경영자(CEO)는 이날 컨퍼런스콜에서 "우리가 쓸 수 있는 모든 옵션을 검토했지만 전부 소진된 상태"라며 사업을 종료하기로 결정한 배경을 밝혔다. 지난 4월 서비스를 출시한지 반년만이다.

WSJ은 이 문제에 정통한 관계자를 인용해 "회사의 수명을 늘리기 위해 더 많은 손실을 감수하는 것 보다 남아 있는 3억5000만달러를 투자자들에게 돌려주는 방법을 택하게 됐다"고 전했다.

퀴비의 사업중단으로 직원들은 퇴직금을 받고 해고되며, 일부 콘텐츠에 대한 권리는 다른 미디어나 IT 기업에 판매하는 방안을 모색하는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퀴비는 헐리우드 거물 제작자인 제프리 카젠버그 드림웍스 창업자와 멕 휘트먼 전 HP대표가 2018년 공동 설립했다. 출범 당시 투자자들로부터 11억7500만달러(약 1조3318억원)를 유치해 큰 관심을 모았다. 스마트폰 사용자들을 겨냥해 틱톡처럼 동영상 길이는 짧지만 넷플릭스 같이 자체콘텐츠를 제작해 제공하겠다는 사업모델을 내세웠다. 수익을 높이기 위해 구독자에게 매월 5달러의 구독료도 받았다. 초창기 리즈 위더스푼, 제니퍼 로페즈 등 헐리우드 톱스타들을 잇따라 섭외하며 화제를 모으기도 했다.

하지만 막상 뚜껑을 여니 결과는 참담했다.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지난 5월 퀴비는 아이폰 앱스토어 내려받기 순위에서 50위권으로 밀려났고, 유료 구독자수는 130만명에 그쳤다. 사업 출시 후 비교적 짧은 기간임을 감안하더라도 디즈니+ 6000만명, 넷플릭스 1억9000만명 등에 비하면 저조한 수준이다.

퀴비의 실패는 서비스 이전부터 예고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소비자들이 이미 공짜로 짧은 동영상을 보고 있어서 굳이 유료서비스를 선택할 이유가 없었다. 또 올 들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확산으로 집에서 스마트폰 대신 TV 시청하는 사례도 늘었다. 퀴비는 이 때문에 구독자들에 대한 서비스 범위를 TV까지 확대하기도 했다.

비슷한 유형의 소설미디어 업체와의 경쟁도 심화됐다. 디즈니+, 애플TV+, HBO맥스, 피콕 등 서비스가 최근 일년새 등장했다. 퀴비만의 차별화 포인트도 사라졌다. 콘텐츠에 과도하게 저작권을 부여해 소비자들이 활발하게 공유할 수 없도록 한 점도 퀴비의 약점으로 꼽힌다. 경쟁사인 에코와 특허소송에도 휘말렸다.

WSJ은 퀴비의 몰락에 대해 "사람들이 엔터테인먼트를 소비하는 방식에 혁명을 일으키려고 했던 유명 연예 스타트업의 추락사"라고 평가했다.

권재희 기자 jayful@asiae.co.kr<ⓒ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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