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동시각] 환경규제 현장에 답이 있다

내년 말까지 정기검사 유예기간 연장해야

[아시아경제 중기벤처부 김대섭 차장] 중소제조업체를 운영하는 경영자들이 화학물질관리법(화관법) 대응 때문에 생존 위기에 직면하게 될 것이라고 호소하며 줄기차게 개선을 외치고 있다. 중소기업인들의 애로사항을 듣다 보면 괴로움과 절박함이 느껴진다. 매우 안타까운 일이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에 따른 경기 침체 등으로 가뜩이나 사업하기가 어려워진 환경 속에서 화관법도 화근거리가 됐다. 중소기업인들은 정부에 화관법 기준 완화 등 현장에 맞는 법령 개정이 필요하다고 거듭 요청 중이다.

환경부가 현장 목소리를 정책에 일부 반영하고 있지만 현장에서는 화가 넘친다. 왜 화가 났을까. 업계에서는 정부가 현장의 실태와 중소기업인들의 원하는 규제 개선을 충분히 파악하거나 이해하지 못하고 있다고 말한다. 미흡한 부분들이 보인다는 것이다.

실제 정부의 정책 추진 과정을 보면 미흡하다. 정부는 최근 '기업부담 완화를 위한 현장중심 규제혁신방안'을 발표하면서 이달 말로 종료될 예정이던 유해화학물질 취급시설 정기검사 유예 기간을 올해 말까지 3개월 추가 연장했다. 코로나19 장기화에 따른 중소기업계의 경영 부담을 고려해 결정했다고 밝혔다. 물론 이러한 규제혁신방안이 나온 것은 다행스러운 일이다. 중소기업들의 숨통이 좀 트일 수도 있다.

하지만 중소기업계의 의견을 충분히 담지 못했다. 현장에서 화를 낼 수밖에 없는 이유다. 중소기업중앙회가 최근 발표한 '화관법 취급시설 정기검사 유예 기간 종료에 따른 실태조사' 결과에 따르면 필요한 추가 유예 기간으로 응답자의 39.0%가 '1년'을 꼽아 가장 많았다. 2년 이상(29.0%), 6개월(13.3%), 2년 미만(12.9%) 순으로 나타났다.

현재 코로나19 사태가 언제까지 이어질지 예측하기 힘들다. 코로나19가 당장 사라진다고 해도 그간 피해를 받은 중소기업들의 경영 상태가 하루아침에 회복되지는 않는다. 코로나19로 인한 피해가 회복되고 안정되기까지는 유예 기간이 더 필요하다. 그럼에도 정부가 3개월 추가 연장을 선택한 것은 매우 아쉽다.

코로나19 장기화로 수많은 중소기업의 공장 가동률과 매출액이 급감했다. 투자는 고사하고 지불 여력이 거의 없는 상황에 처했다. 돈이 없는 영세 중소기업의 경우는 사실 유예 기간 연장도 크게 의미가 없다. 화관법 대응 여력이 부족한 상황에 처한 중소기업은 취급시설 기준을 준수하지 못해 사업을 하지 못하게 될 우려가 크다.

하지만 현장에 맞는 법령 개정과 함께 코로나19로 어려움을 겪는 중소기업들이 충분히 준비할 수 있게 기간을 더 연장하거나 정부의 자금 지원 등을 통해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 유해화학물질 취급시설 정기검사 유예 기간도 내년 말까지 충분히 연장돼야 한다.

중소기업인들이 취급시설 기준을 준수하는 것에 대해 느끼는 부담은 설비투자 비용, 대응 인력 부족, 물리적으로 이행 불가능한 기준 등에 있다. 원활한 화관법 이행을 위해 고시 개정을 통한 취급시설 기준 업종별 및 기업 규모별 차등화, 자금 지원 등이 필요하다.

화관법은 화학물질을 체계적으로 관리할 목적으로 유해화학물질 취급과 설치 및 운영 기준 구체화 등 안전관리를 강화한 법이다. 환경부는 2015년 1월 화관법을 전부개정하고, 5년의 유예 기간을 부여했다. 올해 1월부터 개정 화관법이 전면 시행되고 있다.

환경 규제는 갈수록 강화되고 있다. 국민의 안전을 위해 반드시 필요한 일이다. 중소기업인들도 화관법의 취지에 동감하고 있다. 중요한 것은 중소기업이 규제에 순응할 수 있도록 만드는 일이다. 정부의 더 꼼꼼한 정책이 필요하다. 중소기업 현장의 목소리를 충분히 경청하고 과감하게 법령을 개정해야 한다.

김대섭 중기벤처부 차장 joas11@asiae.co.kr<ⓒ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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