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O 인증·NO 사진'…코로나19 시대 '몰래여행족'

소리소문 없이 다녀오는 '몰래 여행'
휴가 사유는 '개인 사정'…SNS에도 사진 안올려
코로나 시국 여행갔다가 비난받을까 걱정

14일 서울 김포공항 국내선 주차장이 황금연휴를 이용해 여행을 떠난 이용객들의 차량으로 가득차있다./강진형 기자aymsdream@

[아시아경제 송승윤 기자] 회사원 정민수(34ㆍ가명)씨는 최근 친구 3명과 함께 휴가를 내고 제주도 여행을 다녀왔다. 정씨는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등에 여행 사진을 올리고 방문한 장소를 태그해가며 열심히 '인증샷'을 남기지만 이번엔 그러지 않았다. 여행을 간다는 사실을 일절 외부에 알리지 않은 것이다. 정씨 일행도 마찬가지다. 모두 휴가 계획을 제출하면서도 회사엔 '개인 사정'이라고만 사유를 설명했다고 한다. 정씨는 "집에만 있기 너무 답답해 여행을 다녀왔지만 시선이 마음에 걸려 주변에 여행 이야기는 일절 하지 않았다"고 했다.

여행 사실을 굳이 주변에 알리지 않고 조용히 다녀오는 '몰래 여행족'이 늘고 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가 지속되는 와중에 여행을 갔다는 사실이 알려지면 주변으로부터 눈총을 받을까 봐서다. 일본 브랜드 불매운동이 한창이던 때 나온 이른바 '샤이 재팬(일본 제품을 소비하거나 여행을 하고도 알리지 않는 이들)' 현상과도 비슷한 맥락이다.

사회적 거리두기에도 불구하고 제주도를 비롯해 경기ㆍ강원권 등 관광지 유명 호텔이나 리조트는 주말만 되면 예약이 꽉 찰 정도로 붐비는 실정이다. 정부가 이동 자제를 권고한 추석 기간에도 만실인 곳이 많다. 특히 방 안에 개인 수영장을 비롯해 놀거리가 모두 구비된 키즈펜션이나 풀빌라 등은 이달 내내 빈 방을 찾기 어려운 상태다.

그런데 인스타그램 등 SNS에는 평소 때와 비교해 여행 관련 해시태그에 '인증샷' 등이 줄어든 모습이 확연하다. 여행 사진을 올리면서도 '방역수칙준수', '마스크착용' 등 해시태그를 다는 이들도 많다. 피치 못해 여행은 갔지만 '방역 수칙은 잘 지켰다'는 나름의 항변인 셈이다. '이 시국 여행'이라는 자조 섞인 신조어도 등장했다. 반대로 '여행취소', '집콕인증' 등 해시태그를 통해 여행을 취소한 것을 인증하거나 주말 간 바깥에 나가지 않았다며 거리두기 동참을 호소하는 사람들도 있다.

일부는 "몇달째 집에만 머무는 게 가능한 일이냐"는 불만 섞인 목소리도 낸다. 그래도 숨을 쉴 틈은 있어야 하지 않겠느냐는 것이다. 대학생 강영채(26)씨는 "여행은 몰라도 잠깐 집 근처를 산책 하거나 가볍게 소풍을 다녀오는 것까지 비난할 일은 아니라고 생각한다"면서 "코로나19 방역뿐 아니라 심리방역도 중요하다고 하는데 수칙만 잘 지킨다면 문제없지 않느냐"고 말했다.

21일 취업포털 인크루트와 알바콜이 올해 4월과 6월, 9월 전국 성인남녀 5256명을 대상으로 설문 조사를 벌인 결과 코로나19로 우울감을 경험했다는 응답이 각각 54.7%, 69.2%, 71.6%로 나타났다. 우울감의 원인 및 증상으로는 '외출 자제로 인한 답답함 및 지루함'(22.9%)과 '일자리 감소ㆍ채용 중단 등으로 인한 불안감'(16.5%), '무기력함'(16.2%)이 각각 주요 원인으로 꼽혔다.

송승윤 기자 kaav@asiae.co.kr<ⓒ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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