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재확산 우려에 국내기업 비상 대응 '할 수 있는 건 다한다'

회사채 발행·유상증자·자산매각·인력조정 카드
현대·기아차 올 상반기 회사채 시장으로 복귀
SK그룹도 전기차 배터리 투자 위해 회사채 발행 늘려
항공업계 유증으로 자본확충…디스플레이, LCD 비주력사업 정리 수순

[아시아경제 우수연 기자, 유제훈 기자, 황윤주 기자]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의 2차 확산으로 경영 환경에 불확실성이 커지자 기업들이 최악을 대비한 실탄 확보전에 뛰어들었다. 회사채 발행을 늘리고 중간 배당을 건너뛰는 등 자본시장을 통한 조달을 확대하는 한편 불필요한 자산매각, 인력 구조조정 카드까지 꺼내들며 현금 유출을 최대한 억제하고 있다. 코로나19가 장기화되더라도 대비할 수 있는 기초 체력을 확보하고 재무 건전성을 갖추기 위해 현금 확보에 집중하는 모습이다.

22일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국내 기업들의 올해 5월 회사채 발행액은 11조4350억원으로 전월 대비 54% 증가했다. 경영 불확실성에 대비해 비상경영에 돌입한 국내 기업들이 회사채 발행을 늘리며 월간 회사채 발행액은 지난 4월부터 두 달 연속 늘어나는 추세다.

코로나19 재확산에 따른 위기감으로 한동안 회사채시장을 떠났던 기업들이 다시 시장으로 속속 복귀하고 있기 때문이다. 올 상반기 현대차는 2016년 이후 4년 만에, 기아차는 2017년 이후 3년 만에 각각 6000억원 규모의 회사채를 발행했으며, 현대차와 현대모비스는 단기 유동성 확보 차원에서 올해 중간 배당을 건너뛰기로 했다.

SK그룹도 본업인 정유 사업에서 손실을 만회하고 신성장동력인 전기차 배터리 투자를 이어가기 위해 자본시장 조달을 늘리고 있다. (5500억원), SK루브리컨츠(3000억원), SK종합화학(4000억원), SK인천석유화학(2000억원) 등 계열사들이 4월부터 차례로 회사채를 발행하거나 발행할 예정이다.

코로나19 영향의 직격탄을 맞은 항공업도 단기 차입과 유상증자 추진으로 자본확충에 나섰다. 대한항공(1조원), 제주항공(1700억원), 티웨이항공(642억원), 플라이강원(165억원) 등 4곳의 항공사들이 유상증자를 계획하고 있으며 에어서울은 모회사인 아시아나항공으로부터 300억원을 대여했다.

현금 조달뿐만 아니라 비주력 사업을 처분하며 곳간을 채우는 기업도 늘고 있다. 디스플레이 업계는 LCD 사업부터 매스를 대고 있다. LG디스플레이는 LCD 사업 구조조정을 위해 국내 LCD TV 패널 생산을 올해 말까지 대부분 축소할 계획이며 지난 3월 삼성디스플레이도 충남 아산 사업장과 중국 쑤저우의 7, 8세대 LCD 생산 라인 가동을 올해 말 중단한다고 발표했다. 화학 업계에서도 LG화학이 최근 LCD 편광판 사업을 매각하며 사업 구조조정에 속도를 내고 있다. LCD 사업을 사실상 정리하고 미래 먹거리인 OLED 소재와 전기차 배터리 사업에 역량을 집중하기 위해서다.

부동산이나 설비 등 유형자산 매각에도 속도를 내고 있다. 최근 대한항공은 제주도에 위치한 관사를 매각한 데 이어 서울 종로구 송현동 부지 매각을 추진 중이며 한국GM은 인천 부평공장 인근 물류센터 부지를 매각하겠다고 발표했다. 쌍용차도 최근 서울 구로구 서비스센터와 부산 물류센터 등 비핵심 자산을 매각했다.

LG디스플레이는 구미사업장 내 2ㆍ3공장인 1필지(9만2000여㎡)를 매각하는 작업을 추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으나, 2017년 구조조정 과정에서 2ㆍ3공장을 가동 중단한 데 이어 최근까지 대지 매각을 추진했지만 마땅한 수요자가 없어 협상은 지지부진한 상태다.

국내 기업들은 코로나19를 변수가 아닌 상수로 대응하기 위한 장기전에 돌입하고 있다. 외부 조달이나 자산 및 사업 정리에도 불구하고 유동성 충격이 온다면 기업들은 인력 감축이라는 마지막 카드를 꺼내들 수밖에 없다. 현재까지는 직원들의 임금 반납, 삭감으로 충당하고 있지만 사태가 장기화될 경우 인력 구조조정의 가능성도 열려있다.

가장 먼저 구조조정 얘기가 나오는 곳은 코로나19의 영향을 가장 크게 받은 정유업계다. 지난해부터 희망퇴직 제도를 상시화한 GS칼텍스는 3월부터 직급에 따라 급여 10~15%를 반납 중이다. 현대오일뱅크도 불필요한 경비를 최대 70%까지 줄이고 임원들이 자진해서 임금 20%를 반납하기로 결정했다.

항공업계에서도 구조조정 칼바람의 전조가 나타나고 있다. 이스타항공을 제외한 대부분의 항공사들이 고용유지지원금 등을 통해 유무급휴직을 단행하고 있는 상태지만, 지원이 종료되는 오는 10월 이후엔 구조조정이 현실화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주원 현대경제연구원 경제연구실장은 "항공ㆍ해운 등 업황이 경각에 달린 업종은 생존을 위한 구조조정에 나섰고 반도체ㆍ차(車) 등 주력업종은 이번 기회에 경쟁력을 키우려는 의도가 반영된 측면이 있다"면서 "이런 긴축경영은 내년께 개선될 수 있겠으나, 항공 등 코로나19 피해가 큰 업종은 중장기화할 가능성이 크다"고 전했다.

우수연 기자 yesim@asiae.co.kr유제훈 기자 kalamal@asiae.co.kr황윤주 기자 hyj@asiae.co.kr<ⓒ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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