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승곤기자
창녕 아동학대 계부가 13일 오전 경남 창녕경찰서 별관 조사실로 이동하고 있다. [이미지출처=연합뉴스]
[아시아경제 한승곤 기자] 9살 여아를 잔혹하게 학대한 계부(35)가 자신의 혐의를 일부 인정하고 "정말 죄송하다"며 선처를 구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공분이 일고 있다.
피해 아동 손가락을 프라이팬으로 지져 화상을 입히고 쇠막대와 빨래건조대로 폭행하는 등 잔혹한 범행을 저질렀음에도 자신의 처벌이 두려워 선처 호소에 나선 것에 대한 비판 여론이다.
13일 체포영장이 발부돼 경남 창녕경찰서로 연행된 계부는 이날 오전 11시부터 오후 8시 30분까지 약 9시간 30분 동안 조사를 받았다. 그는 죄송하다며 경찰에 선처를 구하기도 했다.
조사를 마친 계부는 밀양에 있는 유치장에 입감됐다. 경찰은 오늘(14일) 계부에 대한 구속영장을 신청할 방침이다.
계부와 함께 학대에 가담한 혐의를 받는 친모(27)는 지난 12일 응급입원했던 기관에서 정신적 고통을 호소해 도내 한 병원에서 정밀 진단을 받고 있다. 친모는 정밀 진단이 끝나면 2주가량 행정입원을 거쳐 조사를 받게 된다.
계부와 친모에게 학대당한 것으로 알려진 경남 창녕의 한 초등학생 A(9)양이 지난달 29일 창녕 한 편의점에서 최초 경찰 신고자(왼쪽)와 대화하고 있다. [이미지출처=연합뉴스]
A양은 지난달 29일 집에서 탈출해 잠옷 차림으로 창녕 한 도로를 뛰어가다 주민에 의해 발견됐다.
계부·친모는 동물처럼 A 양 목을 쇠사슬로 묶거나 불에 달궈진 쇠젓가락을 이용해 발등과 발바닥을 지지는 등 A양에게 고문 같은 학대를 자행한 것으로 조사됐다.
계부는 한 방송 인터뷰에서 "(아이가) 집 밖으로 나간다고 하길래 나갈 거면 너 지문이 있으니 달궈진 프라이팬에 손가락을 지져라(고 했다)"며 학대 혐의를 일부 인정했다.
지문이 있으면 조회 등을 통해 다시 집에 돌아올 수 있으니 아예 지문을 없애라고 했다는 취지의 주장이다.
이들은 밥을 먹거나 화장실에 갈 때만 쇠사슬을 풀어줬다. 탈출 당시 집에는 친모와 의붓동생들만 있었고 계부는 없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계부와 친모로부터 가혹한 학대를 당한 9살 피해 초등학생 거주지인 경남 창녕군 한 빌라 11일 모습. [이미지출처=연합뉴스]
그러다 잠시 쇠사슬이 풀린 틈을 타 A양은 베란다 난간을 통해 외벽을 넘어 옆집으로 이동해 탈출했다.
탈출 당시 잠옷 차림에 맨발로 빌라 밖까지 나온 A 양은 도로를 뛰어가다 한 주민에게 발견돼 경찰에 신고됐다.
아동보호전문기관 연계해 A양을 병원에 입원시킨 경찰은 지난 2일부터 조사에 착수했다. 이어 지난 4일 계부를 상대로 1차 조사를 마무리했다.
압수수색을 통해 확인한 학대 도구는 프라이팬과 쇠사슬, 자물쇠, 플라스틱 재질 막대기 등 10개 이상이었다.
한편 법원의 임시보호명령에 따라 A 양은 앞으로 쉼터에서 보호받는다. 정식보호명령이 나오면 법원 판단에 따라 성인이 되는 만 18세까지 기관에서 지낼 수 있다.
동생 3명 역시 정신적 학대 우려로 부모와 떨어져 시설에서 지내고 있다.
한승곤 기자 hsg@asiae.co.kr<ⓒ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