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 자금조달]메리츠금융지주, 첫 신종자본증권 1000억 발행

코로나 사태로 인한 계열사 비상자금 대비
이중레버리지비율 등 재무비율 방어 목적도

[아시아경제 임정수 기자] 메리츠금융지주가 설립 이래 처음으로 1000억원 규모의 신종자본증권(영구채)을 발행했다. 재무구조를 손상시키지 않으면서 계열사 비상자금 수요에 대응하기 위해서다. 영구채를 발행해 계열사에 출자하면 이중레버리지비율 상승 등의 재무구조 악화를 방지할 수 있다.

28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메리츠금융지주는 이날 30년 만기의 영구채 1000억원어치를 발행했다. 발행 금리는 4.20%로, 2%대 초반인 기존 회사채 발행 금리의 2배를 넘어선다. 또 메리츠금융지주가 5년 이내에 콜옵션을 행사해 조기 상환하지 않으면 금리가 상승하는 스텝업(Step-up) 구조로 알려졌다.

메리츠금융지주의 영구채 발행은 수요예측을 거치지 않는 사모 방식으로 이뤄졌다. 이 때문에 투자자는 일부 기관 투자가로 한정돼 있고, 유통시장에서의 매매도 제한된다. KB증권이 영구채를 모두 인수한 뒤 투자자들에게 매각(Sell-down)할 예정인 것으로 알려졌다.

메리츠금융지주가 영구채를 발행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계열 금융회사인 이 지난해 말 2000억원어치의 영구채를 발행해 자본을 확충한 바 있다. 메리츠화재는 주로 후순위채를 발행하는 방법으로 지급여력비율(RBC)을 관리해 왔다. 지난 2월에도 1000억원 규모의 후순위채를 발행해 RBC를 개선했다.

IB업계는 메리츠금융지주가 영구채 발행으로 조달한 자금을 계열사 출자에 사용할 것으로 보고 있다. 코로나19로 계열사의 출자 수요가 발생할 가능성이 크다는 분석이다. 업계 관계자는 "메리츠 주요 계열사인 메리츠화재와 , 메리츠캐피탈 모두 프로젝트파이낸싱(PF) 익스포저가 많아 코로나 사태로 인한 자금시장 경색 국면에서 우발채무 현실화 등으로 인한 부담이 증가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메리츠금융지주는 그동안 회사채 발행 등 차입을 통해 조달한 자금으로 계열사에 출자해 왔다. 이번에 영구채를 발행한 것은 이중레버리지비율 등 재무비율 관리를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 영구채는 회계상 자본으로 인정돼 자본이 늘어나는 효과가 있다.

이중레버리지비율은 금융지주사의 자회사 출자총액을 자기자본으로 나눈 값으로, 이 비율이 클수록 지주사가 차입을 통해 자회사 출자를 많이 했다는 의미다. 금융당국은 금융지주사의 이중레버리지비율을 130% 이하로 유지하도록 권고하고 있다. 120% 이하는 1등급, 130% 이하는 2등급으로 분류한다.

메리츠금융지주의 지난해 말 기준 이중레버리지비율은 125.29%다. 자회사 출자총액은 1조5015억원으로 변화가 없지만, 지난해 하반기에 자본총계가 다소 줄어들면서 3%포인트 가량 상승했다. 신용평가사 관계자는 "계열사 실적 등에 따라서 이중레버리지가 비교적 큰 폭으로 오를 수 있다"고 평가했다.

메리츠금융지주 관계자는 "코로나 사태로 자금시장 경색 국면이 장기화되고 있어 계열사의 비상 자금 수요가 발생할 수 있다"면서 "이에 대비해 재무비율 손상이 없는 영구채를 발행했다"고 설명했다.

임정수 기자 agrement@asiae.co.kr<ⓒ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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