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호남의 찍고 쓰고]'내년에도 봄은 온다'

“삼촌, 봄이 벌써 우리를 떠나려나봐” 바닥에 떨어진 벚꽃잎을 주운 6살 조카가 말을 건넸다. 사실 우리 주변엔 이처럼 봄이 가득하다. 올해는 집 근처 곳곳에 피어난 꽃길을 걷는 건 어떨까. 내년에도 봄은 찾아올 것이다. 더욱 찬란하게. /문호남 기자 munonam@

(오른쪽 사진)여의도 벚꽃길 출입구에 차량 및 보행자 통행금지 현수막이 걸렸다. 시민들의 출입을 막기 위해 컨테이너 상황실까지 들어섰다. (왼쪽 사진)작년 봄을 즐기는 시민들의 모습과 대조적이다. 코로나19가 바꾼 봄 풍경이다. /문호남 기자 munonam@

[아시아경제 문호남 기자] 어느새 전국이 꽃으로 물들었습니다. 보통 이맘때 봄꽃 명소들은 나들이 나온 시민들로 북적였지만, 올해는 상황이 다릅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가 진정 기미를 보이지 않으면서 ‘사회적 거리두기’ 차원에서 봄꽃 명소가 폐쇄되거나 통제됐기 때문입니다.

여의도 윤중로와 송파구 석촌호수의 진출입로가 모두 막혔습니다. 여의도 벚꽃축제를 주관하는 영등포구는 축제를 취소했습니다. 2005년 첫 개최 이후 16년 만에 처음입니다. 야외라고 해도 사람이 붐비는 곳에서는 코로나19 감염 위험이 있기 때문입니다. 작년 축제 기간에 여의도엔 500만 명이 넘는 상춘객이 몰렸습니다.

벚꽃길 출입구에는 차량 및 보행자 통행금지 현수막이 걸렸습니다. 컨테이너 상황실까지 설치됐습니다. 경찰과 공무원은 시민들의 현장 출입을 막기 위해 순찰을 다닙니다. 주말 주차전쟁을 치러야 했던 한강공원 주차장은 서울시의 ‘한강공원 특별 대응조치’로 폐쇄돼 썰렁한 모습입니다.

석촌호수 산책로가 통제된 것도 2000년대 초반 벚꽃축제를 시작한 이래 처음입니다. 시민들은 호수 중간 지점에 위치한 잠실호수교 위에서 폐쇄된 벚꽃길을 바라봤습니다. 새하얀 꽃과 파란 하늘까지 감탄이 절로 나오는 봄 날씨였지만, 시민들의 표정은 마스크에 가려져 읽을 수 없었습니다. ‘찰칵’ 놓치기 아까운 풍경을 카메라 렌즈에 담는 모습이 눈에 많이 띄었습니다. 코로나19가 바꾼 봄 풍경입니다.

“삼촌, 봄이 벌써 우리를 떠나려나봐” 바닥에 떨어진 벚꽃잎을 주운 6살 조카가 말을 건넵니다. 사실 우리 주변엔 이처럼 봄이 가득합니다. 올해는 집 근처 곳곳에 피어난 꽃길을 걷는 건 어떨까요. 내년에도 봄은 찾아올 겁니다. 더욱 찬란하게.

/사진·글=문호남 기자 munonam@

(왼쪽 사진)지난해 봄, 외국인 관광객들이 벚꽃을 배경으로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오른쪽 사진)여의도 벚꽃길 출입구 앞에서 한 관계자가 '꼭! 2m 거리유지'라고 적힌 손팻말을 들고 있다. /문호남 기자 munonam@

정부가 코로나19 극복을 위해 강도 높은 사회적 거리두기를 호소한 3월 22일 서울 여의도 한강공원 주차장이 나들이객들의 차량으로 가득 차 있는 모습(왼쪽 사진)과 4월 4일 서울시의 '한강공원 특별 대응조치'로 폐쇄된 한강공원 주차장이 썰렁한 모습. /문호남 기자 munonam@

2019 석촌호수 벚꽃축제가 열린 작년 4월 5일(왼쪽 사진). 서울 송파구 석촌호수가 봄 나들이를 나온 시민들로 가득하다. 코로나19 확산을 막기 위해 폐쇄된 석촌호수에서 한 관계자가 벚꽃 아래 순찰 활동을 하고 있다.(오른쪽 사진) /문호남 기자 munonam@

'오늘 기분 꽃같네' 2019 석촌호수 벚꽃축제에서 시민들이 기념촬영을 하는 모습(왼쪽 사진)과 폐쇄된 석촌호수 산책로에서 한 시민이 펜스에 기대어 꽃을 바라보는 모습(오른쪽 사진). /문호남 기자 munonam@

석촌호수 중간 지점에 위치한 잠실호수교 위에서 시민들이 폐쇄된 벚꽃길을 배경으로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문호남 기자 munonam@

문호남 기자 munonam@asiae.co.kr<ⓒ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사진부 문호남 기자 munonam@asiae.co.krⓒ 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
무단전재, 복사, 배포 등을 금지합니다.

오늘의 주요 뉴스

헤드라인

많이 본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