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험료 인상 6월로 연기, 더 오를까

코로나에 상품개정 차질
예정이율 인하폭 더 커질 우려

[아시아경제 오현길 기자] 일부 보험사들이 다음달로 예정했던 보험료 인상 시기를 상반기 말로 늦춘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로 인해 상품개정에 차질을 빚은데 따른 것이다.

새롭게 보험에 가입하려고 했던 소비자들에게는 종전 보험료대로 상품에 가입할 시간적인 여유가 생겼다. 코로나19로 3월에 통상적으로 이뤄지던 보험료 인상 전 절판마케팅도 영향을 받게 됐다.

25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다음달부터 예정됐던 보험상품 개정 적용시기가 오는 6월로, 2개월 미뤄졌다. 금융당국이 보험업계에서 상품개정을 연기해달라는 건의를 수용하면서다.

금융위원회는 지난 18일 열린 정례회의에서 이 같은 내용의 건의를 상품개정과 예정이율 인하 동시 적용을 조건으로 비조치의견을 결정했다. 이는 이달 말까지 상품개정을 마무리하지 못하더라도 감독규정에 따른 조치를 취하지 않겠다는 의미다.

보험사들은 코로나19로 인해 상품개정 작업에 차질을 겪고 있다. 특히 인력이 부족한 중소형 보험사들의 경우 더 큰 영향을 받는 처지다. 감염 확산 방지를 위한 직원들의 재택근무 시행 및 지역별 분산 근무 등 정상적인 업무형태가 힘든 상황이다.

상품개정을 연기하면서, 보험료 인상 요인으로 꼽히는 예정이율 인하도 미뤄 영업에 활용하겠다는 속내도 담겨있다.

예정이율이란 보험사가 고객으로부터 받은 보험료를 가지고 보험금을 지급할 때까지 운용을 통해 거둘 수 있는 예상수익률을 의미한다. 보험사는 상품을 설계하고 고객이 내야 할 보험료를 산출하기 위해 예정이율을 정하는데, 예정이율이 높아지면 보험료가 싸지고, 예정이율이 낮아지면 보험료가 오른다.

다만 대형 보험사들은 상품개정 적용 시기 연기와 상관없이 예정이율을 조정하겠다는 방침이다. 대형사들은 연초부터 예정이율 조정이 이뤄져왔다. 삼성생명은 연초부터 일부 상품에 대해 변경된 예정이율을 적용해왔으며, 4월부터 종신보험에 대한 예정이율을 0.25%포인트 낮출 계획이다. 한화생명도 4월 예정이율을 인하를 검토중이다.

아울러 예정이율 인하 시점이 연기되면서 그 폭이 커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이번 예정이율 인하는 한국은행이 최근 단행한 '빅컷(0.50%포인트 기준금리 인하)'에 따른 영향이 반영될 예정이다. 예정이율이 0.5%포인트 내릴 경우 보험료는 10~15% 가량 인상되는 만큼 소비자 부담으로 곧바로 이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생보업계 관계자는 "현재 국고채 금리가 시장의 금리 인하 기대를 선반영하면서 예정이율은 연중 최저 수준으로 내려갈 것"이라며 "소비자들이 체감할 정도로 보험료를 올리는 것은 보험사 입장에서도 부담스러워 쉽지 않은 결정이라 눈치싸움이 치열해질 수 있다"고 예상했다.

오현길 기자 ohk0414@asiae.co.kr<ⓒ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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