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 수출규제, 中 '코로나19'에도…유턴기업 대책 '사골 우리듯'

과감한 세제 지원이 필요한 시점
글로벌 가치사슬 비상에 대비해야

[아시아경제 문채석 기자]일본 수출 규제에 이어 중국발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국내 산업의 글로벌 가치 사슬(GVC)에 대한 재검토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거세지고 있지만 정부가 2년 전과 판박이인 유턴 기업 대책을 내놨다. 산업통상자원부는 17일 대통령 업무보고에서 유턴 기업 유치를 위해 공장 건설 시 인센티브를 제공하고 보조금을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기업들이 요구하고 있는 법인세 인하 같은 파격적인 규제 완화는 찾아볼 수 없었다. 전문가들은 획기적으로 리쇼어링(reshoring)을 추진할 수 있는 범부처 컨트롤타워가 필요하다는 지적을 내놓고 있다.

◆기존 보조금·인센티브 실효성에 의문=성윤모 산업부 장관은 업무보고에서 해외에 진출한 우리 기업이 국내로 돌아오면 설비보조금, 입지인센티브, 설비자동화 지원 등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성 장관은 해외진출 기업의 국내 복귀는 소재·부품·장비 '탈(脫)일본화'보다 근본적인 변화라고 강조했다. 성 장관은 "핵심 타깃 기업을 선정하고 상생형일자리, 스마트화 등의 인센티브를 제공하겠다"며 "장기적으로는 세계의 공급망 다변화를 꾀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구체적인 설비보조금 규모, 입지 인센티브의 내용, 자동화 지원 자격 요건 등은 차후 밝힐 것으로 예상된다.

하지만 이날 성 장관이 제시한 대책은 정부가 2018년 11월에 내놓은 유턴기업 지원 방안과 대동소이하다. 당시 산업부는 ▲국내 생산시설 이전 기업이 해외사업장을 생산량 기준 25%(기존 50%)만 축소해도 유턴기업으로 인정 ▲제조업만 인정하던 유턴기업의 범위를 지식서비스업으로 확대 ▲입지·설비 보조금 지원 요건을 국내 사업장 상시 고용인원 30인에서 20인으로 확대 ▲스마트공장 구축 지원 ▲법인세·관세 감면 대상을 중소·중견기업에서 대기업으로 확대하는 등의 정책을 제시한 바 있다.

산업부는 이날 밝힌 유턴 기업 대책엔 법인세 인하, 설비투자 세액공제 같은 세제 혜택은 포함하지 않았다. 기업과 중소·중견기업을 포함한 2018년 종합대책 이후에도 현대모비스를 빼고는 자산총액 5조원 이상 공시대상기업집단 기업 중 한 곳도 국내로 돌아오지 않는 사실을 고려하면 이번 정책의 효율성이 낮을 것으로 우려된다.

◆"단순 유턴 유도 정책으론 역부족"=산업부에 따르면 2013년 12월 유턴기업 지원법 시행 후 국내로 돌아온 기업은 2014년 20곳, 2015년 3곳, 2016년 12곳, 2017년 4곳, 2018년 9곳, 지난해 16곳, 올해 1월까지 3곳 등 총 67곳이다. 이 중 300인 이상 기업은 2016년 1곳, 지난해 4곳, 올해 2곳으로 총 7곳에 불과하다.

문제는 일본 수출 규제와 중국 코로나19 등으로 한국의 글로벌 가치사슬에 대한 재점검이 필요한 '비상하고 엄중한' 상황인데도 정부가 새롭지 않은 대책을 나열한 점이다. 기업의 경영 환경을 풀어주는 '혁신'은커녕 종전보다 퇴보한 수준의 지원이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는 이유다.

사정이 이렇다보니 기업들은 여전히 중국 상황이 나빠지면 베트남 등 동남아시아를 찍고 최후의 수단으로 국내 복귀를 고려하게 된다고 말한다. 중국에서 사업이 안 된다고 바로 한국으로 들어오기엔 가격 경쟁력이 부담스럽고 대기업의 경우 수출이 전체 매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크기 때문에 최저임금 상향, 주 52시간 정책 등을 감수하면서까지 굳이 국내로 들어올 이유가 없다는 입장이다. 정인교 인하대학교 국제통상학과 교수는 "정부의 노동 정책 리스크, 한국의 생산 단가 경쟁력 부족 등의 복합적인 문제를 풀지 않고 단순히 기업들의 국내 유턴만 유도하는 정책은 효율성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지금이라도 법인세 감면, 리쇼어링 범부처 컨트롤타워 구축 등 2018년보다 획기적인 규제 완화를 해야 한다는 주문이 쏟아진다. 정 교수는 "기업 리쇼어링 정책의 본질은 인건비 절감이 아니라 투자 가치 발굴인데, 수도권 규제를 푸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며 "최근 언급된 수도권 포함 산업단지에 중소·중견 유턴기업 전용 임대단지 조성 같은 아이디어는 꼭 필요한 정책"이라고 말했다.

세종=문채석 기자 chaeso@asiae.co.kr<ⓒ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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