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연주인턴기자
로만 폴란스키 감독/사진=연합뉴스
[아시아경제 김연주 인턴기자] 여러 건의 성범죄 사건으로 비난 받은 프랑스 원로 영화감독 로만 폴란스키(86)의 최신작 '장교와 스파이'가 '프랑스 오스카'로 불리는 세자르 영화상에서 최다 부문 수상 후보로 지명돼 반발이 일고 있다.
29일(현지시간) 프랑스영화예술아카데미에 따르면 '장교와 스파이'가 다음 달 28일 열리는 제45회 세자르상의 작품상, 감독상 등 총 12개 부문에 지명됐다.
영화는 19세기 프랑스군의 유대계 장교 알프레드 드레퓌스가 독일 스파이라는 누명을 쓰고 투옥된 '드레퓌스 사건'을 다룬 역사물로, 프랑스 현지에서 150만명이 관람하는 등 흥행 성적을 거뒀다.
현지 개봉 직전 폴란스키의 과거 성범죄 의혹이 추가로 폭로돼 주연 배우들의 인터뷰가 취소되고 영화 보이콧 운동이 일기도 했다.
앞서 폴란스키 감독은 1977년 미국 로스앤젤레스에서 13세 미성년자와 성관계를 한 혐의로 기소돼 유죄를 인정했지만, 범죄인정 조건부 감형협상이 법원에서 받아들여지지 않아 이듬해 미국을 떠나 40년 가까이 도피 중이다. 미국은 폴란스키를 여러 차례 자국으로 소환해 기소하려고 했지만 실패한 것으로 전해졌다.
스위스에서도 다른 성폭행 혐의로 피소됐다가 공소시효 만료로 불기소 처분을 받았다.
폴란스키의 작품이 세자르상의 최다부문 후보작이 되자 거센 비난이 일고 있다.
여성단체 '오제 르 페미니즘'은 트위터에서 "강간이 예술이라면 모든 세자르상을 폴란스키에게 줘라"면서 "도주한 강간범이자 아동성범죄자를 치하하는 것은 희생자들의 입을 닫게 만드는 짓"이라고 비판했다.
마를렌 시아파 양성평등 담당 국무장관도 "프랑스 영화계는 성폭력·성차별에 대해 가야 할 길이 분명히 있는데도 여성과 성폭력을 고발한 희생자들을 무시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세자르상 조직위 측은 문제가 없다는 입장을 내놨다. 프랑스영화아카데미의 알랭 테르지앙 회장은 "이미 150만명의 프랑스 관객이 이 영화를 봤다"며 "후보작 선정에 있어 선입견을 가지면 안된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연주 인턴기자 yeonju1853@asiae.co.kr<ⓒ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