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솟는 임대료에 대학가도 '젠트리피케이션'

홍대 작년 월세 최고 57만원
연희동 등 대학가 고공행진
돈없는 학생들은 변두리行

[아시아경제 정동훈 기자] 전반적인 집값 상승의 여파가 도심을 거쳐 대학가까지 몰아닥치고 있다. 임대료를 감당하기 어려운 대학생들이 변두리로 떠나고 그 자리는 상대적으로 여유가 있는 직장인들이 채우는 식이다. 학생들은 이런 현상을 '대학가 젠트리피케이션'이라 부르고 있다.

서울에서 원룸 임대료가 가장 비싼 곳 중 하나인 홍익대 주변에 살던 이 학교 학생 허인호(25)씨는 "취업 준비를 위해서 학교도서관 등을 이용할 일이 더욱 잦아졌는데 서교동 인근 원룸은 입학했을 때보다 월세가 10만원 넘게 올라 지난해 초 응암동 인근으로 이사했다"며 "학교까지 이동하는데 40분 이상이 걸려 불편함이 많다"고 말했다. 허씨는 "학교 주변이 발전하는 게 원망스럽다"는 말도 남겼다.

'다방 데이터분석센터'가 110만개 원룸 매물을 분석한 '2019 서울 원룸 월세 추이'에 따르면 홍익대 주변 원룸은 보증금 1000만원 기준 최고 57만원(2019년 8월)에 달했다. 서울교대는 57만원, 연세대 51만원, 건국대 48만원, 한양대 47만원 등 수준이다. 조사는 전용면적 33㎡(약 10평) 이하의 원룸을 대상으로 했다. 3년전인 2016년 8월과 비교하면 월세가 3~5만원(약 10%) 오른 것이다. 이런 시세는 서울 지역 전체 원룸 평균(53만원)과 비슷하거나 약간 높은 수준이다. 대학가 주변에서 저렴한 방값과 생활비를 기대하기는 불가능한 시대가 온 것이다.

원룸이 밀집한 한 대학가 모습. 사진=아시아경제 DB

임대료에 주변 물가까지 상승하면서 주머니 사정이 팍팍해진 대학생들은 정든 학교 주변을 떠나고 있다. 이른바 '대학가 젠트리피케이션'이다. 올해 연세대학교에 입학한 이민준(20)씨는 "학교 근처인 연희동이나 서교동 인근에 자취방을 구하려고 했는데 신축 원룸 같은 경우엔 월세가 60만원을 넘는 경우가 많아 포기했다"며 "지금은 범위를 넓혀 가좌동이나 응암동 일대를 알아보고 있다"고 말했다.

대학생들이 떠난 자리는 직장인들이 꿰찬다. 높아진 임대료를 감당할 수 있으면서도 주요 상권의 편리함을 누리고 싶은 직장인들이 몰려드는 것이다. 강남과 여의도ㆍ시청 등 주요 업무지구에서 가까운 직장인들은 홍대, 신촌, 한양대, 건국대 등 대학가 원룸을 선호한다.

전문가들은 정부나 지자체가 대학생들에게 안정된 주거 환경을 제공하는 데 더 힘을 써야한다고 지적한다. 남기범 서울시립대 도시지리학과 교수는 "현재 청년임대주택 등 대책을 내놓지만 신청이 까다롭고 경쟁률이 치열한 등 대학생들이 얻는 실질적 혜택은 부족한 실정"이라며 "초기 청년층, 청년 1인 가구의 소득 및 주거 환경이 열악한 만큼 주거빈곤 대학생ㆍ청년이 주거급여 현금 지원을 받을 수 있도록 선정 기준을 완화하는 조치가 필요하다"고 대안을 제시했다.

정동훈 기자 hoon2@asiae.co.kr<ⓒ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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