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년 전 청와대 회의했던 CPTPP…정부 '급하게 풀 일 아니다'

[이미지출처=로이터연합뉴스]

[아시아경제 문채석 기자]청와대 회의에서 포괄적·점진적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CPTPP) 가입을 두고 정부 부처 간 이견을 확인한 지 1년이 지난 가운데 정부는 급하게 풀 일이 아니라는 입장을 나타냈다.

27일 산업통상자원부는 CPTPP 가입을 서두를 상황이 아니라는 뜻을 밝혔다. 지금 가입을 추진하면 실익도 적다는 판단이다. 한국은 CPTPP에 가입 중인 일본, 캐나다, 멕시코 등 11개국 중 일본과 멕시코를 제외한 나라들과 자유무역협정(FTA)을 맺었다. 미국이 CPTPP에서 빠지고 일본의 입김이 센 상황이라 실익은 더 적어졌다는 의견이 우세하다.

인도와 오세아니아 국가들을 CPTPP에 끌어오면서 일본의 영향을 줄이고 한국의 국익을 챙기는 시나리오가 제시되지만, 현실성은 낮다. 미국이 인도-호주-일본을 통해 중국을 견제하는 '인도태평양 전략'을 펴고 있어 인도를 한국 주도로 끌어오기는 어려운 상황이다.

설령 한국이 CPTPP에 들어간다고 해도 글로벌 가치사슬(GVC) 측면에서 이익이 크지 않다는 의견도 나오다. 정부 및 학계에 따르면 CPTPP뿐 아니라 역내포괄적경제동반자협정(RCEP) 등 어느 무역협의체든 역내에서 완제품, 중간재, 인건비 등에 특화된 나라들 간에 교역을 해야 가치사슬이 더 촘촘해진다.

세계의 재화가 제조업에서 서비스업 위주로 바뀌고 있는 상황. 중국 등 주요국 기업들은 자국에 공장을 차리고 '원스톱' 경영을 하고 있어 굳이 다른 나라의 인건비, 중간재 등을 활용하려 하지 않는다. 일본 주도의 CPTPP에 한국이 제발로 들어가더라도 역내 11개국 사이에서 GVC를 극대화하기 위해 한국이 무슨 역할을 어느 나라에 제시할 수 있는지는 모호한 상황이다.

국제 무역, 일본과의 과거사 분쟁 등 외생변수는 물론 정부 부처 간 이견도 1년 전에 비해 크게 좁혀지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1년 전엔 보조금 지급, 동식물 검역, 무역기술 장벽 등의 비관세장벽을 둘러싼 부처 간 이견이 뚜렷했다. 산업 및 농수산 담당 부처는 개방 시 법과 제도를 전부 고쳐야 해 경쟁력이 약해질 것을 우려했고, 경제·외교 부처는 산업 등 다양한 요소를 고려해 조속히 추진해야 한다고 했다.

CPTPP 가입 절차엔 가입 희망국이 ▲CPTPP 규범을 수용하고 ▲가장 높은 수준의 시장 접근을 제공할 의무가 있다고 돼 있는데, 비관세장벽을 뜻하는 이 '규범'이 부담이다. 산업부 관계자에 따르면 FTA보다 CPTPP, CPTPP보다 미국·멕시코·캐나다협정(USMCA)의 규범 수준이 더 높다. 산업부 내에서도 USMCA를 연구하는 이가 있지만, CPTPP 가입 등 가능성을 전제로 공부를 하고 있다고 보기엔 무리가 따른다.

최대 걸림돌인 자동차 산업의 상황도 만만찮다. 일본의 수입차 관세는 0%다. CPTPP가 사실상 일본과의 FTA 성격이 짙다는 점을 고려하면, 한국 스스로 세계 시장에서 일본에 먼저 경쟁을 걸 필요가 없다는 신중론이 우세하다.

세종=문채석 기자 chaeso@asiae.co.kr<ⓒ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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