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퇴 vs 직접지휘'…갈림길 선 尹총장

참모 물갈이 전례없는 수준
'식물 총장' 만들기 분석도
尹, 별도 거취 표명 내놓을지 관심

[아시아경제 조성필 기자] 법무부가 23일 발표한 검찰 중간간부 인사로 윤석열 검찰총장의 고립무원 처지는 더욱 심각해졌다. 윤 총장의 최측근인 박찬호 전 공공수사부장과 한동훈 전 반부패강력부장이 지방으로 전보된 데 이어, 마지막 남은 '윤석열 사단' 신봉수 서울중앙지검 2차장, 송경호 서울중앙지검 3차장의 교체가 결정됐기 때문이다. 윤 총장 입장에서는 사실상 손에 이어 발까지 잃었다. 윤 총장이 별도로 거취 표명을 내놓을지 주목된다.

윤 총장은 8일 검찰 고위직 인사가 있은 뒤 법무부에 "대검 중간간부들은 인사 대상에 포함하지 말아 달라"는 취지의 의견을 전달했다. 이 의견에는 현재 진행 중인 청와대 울산시장 선거 개입 의혹과 조국 일가 비리 의혹, 유재수 감찰 중단 의혹 수사 지휘부들의 이동도 유보해달라는 취지가 담겼다. 법무부가 윤 총장 의견을 어느 수준 반영해 인사안을 짤 수도 있다는 관측이 조심스레 나왔다. 그러나 이날 인사에 윤 총장 사전 의견은 거의 반영되지 않았다. 법조계에서는 "사실상 묵살 수준"이라는 말까지 나왔다.

검찰 인사에서 윤 총장의 목소리가 반영되지 않은 것은 이번으로 두 번째다. 앞서 윤 총장은 지난해 7월 취임 뒤 대검 사무국장으로 강진구 수원고검 사무국장을 추천한 바 있다. 대검 사무국장은 검찰의 행정사무와 보안ㆍ회계 등 안살림을 총괄하는 핵심 보직으로 꼽힌다. 역대 검찰총장 모두 측근을 그 자리에 앉혔다. 강 국장 역시 윤 총장 최측근으로 통했다. 그러나 법무부는 윤 총장이 밀었던 강 국장을 탈락시키고 복두규 전 서울고검 사무국장을 임명했다. 당시 법무부 장관은 조국 전 장관이었다.

당시만 해도 법조계에서는 법무부가 인사권을 통한 윤 총장 견제에 나선 것 아니냐는 정도의 분석을 내놨다. 조 전 장관 관련 수사 이후 불거진 이후 불거진 법무부와 검찰 간 긴장 관계가 드러나기 시작한 것이란 말도 있었다.

하지만 추미애 법무부 장관 취임 후 두 차례 단행된 인사는 견제 차원을 넘어섰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윤 총장을 '식물 총장'으로 만들려는 의도가 짙다는 것이다. 실제 지난 검찰 정기 인사의 전례를 살펴봐도 총장 참모들이 이처럼 한 번에 잘려나간 적은 없었다. 더욱이 참모들 재임 기간이 모두 5개월 밖에 되지 않은 상태다. 검찰총장의 참모 전원이 이렇게 단명한 사례는 찾기가 힘들다는 게 법조계 분석이다.

수족을 모두 잃은 윤 총장으로선 거취를 놓고 고민에 빠질 만한 상황이다. 수족을 잃고도 버티기에 돌입해 지금까지 진행돼 온 정권 비위 수사를 '직접 지휘'할 것이란 관측도 있다. 그러나 '직접 지휘'에 호응할 참모진을 잃은 상황에서 이마저도 난감한 상황에 봉착했다. 서초동의 한 변호사는 "현 정부의 임기보다 윤 총장의 임기가 더 짧다"며 "측근을 모두 잃은 상황에서 압박은 지속될텐데 홀로 감당하기는 버거울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윤 총장의 임기는 2021년 7월24일까지다.

조성필 기자 gatozz@asiae.co.kr<ⓒ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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