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찾는 사람 없어요'…'관제형 주담대' 흥행 참패

금융당국, 빗나간 금리 예측…수요 없을 시기에 출시한 탓

[아시아경제 권해영 기자] 금융위원회가 은행권을 통해 올해 초 내놓은 금리 상한폭을 제한하는 '금리 리스크 경감형 주택담보대출' 2종이 흥행에 실패했다. 당국의 빗나간 금리 예측으로 아무도 찾지 않는 시기에 출시한 탓이다. 결국 실효성없는 '관제형 금융상품'의 예견된 결과라는 지적이다.

26일 금융권에 따르면 신한ㆍKB국민ㆍKEB하나ㆍ우리은행 등 시중은행 4곳은 올해 3월 '금리 상한형 주택담보대출'을 출시한 후 지난 24일 기준 총 10건, 7억200만원 어치를 판매했다.

금리 상한형 주택담보대출은 대출금리가 아무리 올라도 최대 상승폭을 향후 5년 간 2%포인트 이내, 연간 1%포인트 이내로 제한한다. 차주의 상환부담 급증을 막기 위한 상품이다. 기존 변동금리 주택담보대출 차주가 기존 대출금리에 0.15~0.2%포인트를 가산한 금리 수준으로 특약을 체결하면 이 상품을 이용할 수 있다.

금리 상한형 주택담보대출과 함께 출시된 월 상환액 고정형 주택담보대출 판매도 부진하기는 마찬가지다. 이 상품은 시중은행 4곳에서 총 13건, 9억6900만원 규모로 판매됐다. 대출금리 상승으로 이자 상환액이 증가하면 원금 상환액을 줄여 월 상환액을 동일하게 유지할 수 있도록 한 상품이다. 월 상환액 고정기간은 10년이다.

두 상품의 판매 부진은 출시 전부터 예상됐다. 이미 금리가 내림세로 접어든 이후에 출시됐기 때문이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예금은행의 주택담보대출 금리는 신규취급액 기준 올해 3월 연 3.04%에서 10월 2.5% 수준까지 떨어졌다.

금융위는 지난해 4월 월 상환액 고정형 주택담보대출을, 금융감독원은 같은 해 7월 금리 상한형 주택담보대출을 은행을 통해 출시하겠다고 밝혔다. 당초 상품 구상 당시에는 금리가 이 정도로 약세를 보일 줄 예상하지 못했지만 미ㆍ중 무역분쟁, 글로벌 경기 둔화 우려 등으로 시중금리가 전반적으로 낮아졌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상품 구조가 복잡해 고객들이 이해하기도, 은행이 팔기도 어려운 상품"이라며 "지난해 하반기 당국과 협의할 때부터 금리가 내리고 있어 굳이 상품을 출시할 이유도 없었다"고 지적했다.

신한ㆍ하나ㆍ부산은행이 이미 지난해 금리 상한형 주택담보대출을 판매하고 있었지만 부산은행을 제외하면 판매 실적도 거의 없었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시장 상황에 비춰보면 출시 명분도, 실효성도 없는 상품"이라며 "보여주기식 관제형 금융상품의 전형"이라고 꼬집었다.

일각에서는 금리가 가파르게 상승하면 서민들의 대출 상환 부담이 커지는 만큼 리스크 대비 측면에서는 의미가 있는 금융상품이라는 의견도 있다.

권해영 기자 roguehy@asiae.co.kr<ⓒ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금융부 권해영 기자 roguehy@asiae.co.krⓒ 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
무단전재, 복사, 배포 등을 금지합니다.

오늘의 주요 뉴스

헤드라인

많이 본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