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소미아 운명의 날] 한미 외교장관, 미묘한 뉘앙스 차이

외교부 "지소미아 논의했다"
국무부 "한일관계 중요성 재확인"

강경화 외교부 장관이 21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외교통상위원회 전체회의에서 방위비 분담금 협상 관련 질문에 답하고 있다. [이미지출처=연합뉴스]

[아시아경제 백종민 선임기자] 한미 외교장관이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 종료를 정확히 하루 앞두고 통화했다. 가장 현안인 GSOMIA 문제가 논의된 것은 확실해 보이지만 양측의 발표는 미묘한 차이를 보였다.

외교부는 강경화 장관과 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부 장관이 21일 밤 통화해 방위비 분담금 협상 등 한미 간 현안 및 GSOMIA를 포함한 한일 간 현안 등 상호 관심사에 대해 의견을 교환했다고 22일 밝혔다. 아울러 조속한 시일 내 직접 만나서 심도 있는 협의를 할 필요성에 공감하고, 일정을 조율해나가기로 했다.

한미 외교장관의 통화는 23일 0시를 기해 한일 GSOMIA가 종료되는 상황에서 급박하게 성사됐다. 이는 강 장관의 방미가 불발된 데 따른 대안으로 보인다. 강 장관은 이번 주 GSOMIA 종료를 앞두고 방미를 추진했지만 폼페이오 장관의 벨기에 방문 일정이 겹쳐 성사되지 못했다. 두 장관의 통화도 폼페이오 장관이 브뤼셀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외교장관회의를 마치고 미국으로 출발하기 전에 이뤄졌다.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부 장관이 NATO 외교장관 회의 종료 후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이미지출처=로이터연합뉴스]

이날 통화의 의미에도 불구하고 양측의 입장은 다소 차이가 있었다. 외교부가 GSOMIA를 적시해 "한일 간 현안 등 관심사를 논의했다"고 한 반면 국무부는 "양국 간 협력과 한일 관계의 중요성을 재확인했다"고 발표했다. 이는 미국이 한일 관계에 직접적으로 개입하는 모양새는 피하면서 GSOMIA 해결을 위한 노력을 간접적으로 우리 측에 촉구한 것으로 보인다.

한미 발표문의 가장 큰 차이는 인도ㆍ태평양 전략 부분이다. 국무부는 "양 장관은 한미동맹의 지속적인 강력함에 찬사를 보내고 인도ㆍ태평양에서 협력한다는 약속을 되풀이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우리 외교부 발표문에는 이 내용이 포함되지 않았다. 미 국무부는 이달 초 양국이 마련한 신남방 정책과 인도ㆍ태평양 전략 간 협력 관련 설명서 부분도 강조했다. 반면 외교부는 양 장관이 직접 만나 심도 있는 협의를 할 필요성에 공감해 일정을 조율해나가기로 했다는 부분을 강조했지만 미국 측은 이를 거론하지 않았다.

마크 에스퍼 미국 국방부 장관은 이날 국방부가 발표한 자료에서 "한일 갈등 해결을 위해 한일 양국 모두의 리더십이 필요하다"며 "미국이 할 수 있는 일을 계속 해나가겠다"고 언급했다. GSOMIA 종료 시한을 앞두고 유지 필요성에 대한 입장을 재확인하면서 한일 양국에 조속한 사태 해결을 촉구한 것으로 보인다.

미 의회에서도 GSOMIA 복원에 대한 요구가 이어지고 있다. 엘리엇 엥걸 미국 하원 외교위원장은 21일(현지시간) "한미동맹을 강화하기 위해 양국 모두 할 일을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날 방미 중인 이인영 더불어민주당, 나경원 자유한국당, 오신환 바른미래당 원내대표를 의회에서 면담하기에 앞서 "우리끼리 싸울 여유가 없다"며 "우리는 선택의 여지가 없다고 생각한다. 적(중국과 북한을 거론)들이 있다"고 밝혔다. 앞서 미 상원은 초당적으로 우리 정부에 GSOMIA 종료 결정 철회를 요구하는 결의안을 상정했다.

백종민 선임기자 cinqange@asiae.co.kr<ⓒ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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