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리수다] 고소함을 가득 담은 들기름

기름집이 바빠요!

우리동네는 오일장이 열린다. 점점 날씨가 추워지니 오일장에 물건을 팔러 오는 사람도 물건을 사러 오는 사람들도 줄어 들었다. 그런데 찾는 사람들이 많아져 더 바빠진곳이 있다. 바로 방앗간과 기름집이다.

방앗간은 쌀이나 고춧가루를 빻는 곳으로 도시에서는 주로 떡집이 그 역할을 같이 하는 경우가 많다. 시골은 방앗간에서 떡도 만들지만 이맘 때쯤이면 고춧가루를 빻거나 기름을 짜는 일로 더 바쁘다.

특히 요즘 장날이면 기름을 짜는 방앗간에는 발 디딜 곳이 없다. 고소한 기름을 짜서 겨울내내 먹기도 하고 도시에 사는 자식들 오면 줄 마음에 무거운줄도 모르도 깨를 들고 나오신 할머니들의 줄이 끝이 없다. 참깨로는 참기름을 짜고 들깨로는 들기름을 짠다.

우리동네 할머니들은 들기름을 짜는 일이 더 많으시다. 지난 여름에 푸르르던 들깨잎은 뜯어서 쌈으로 싸먹고 간장에 소금에 푹 절여 장아찌도 넉넉히 만들어 두었다. 가을에 잎이 누렇게 물들면서 깨송이가 가득 차면 들깨를 베어 양지바른곳에 일주일 정도 말려 깨를 털어낸다. 갈색의 들깨가 깨송이에서 쏟아진다.

들깨는 음식에 고소한 향을 내줄 뿐 아니라 가진 효능이 많아 예로부터 약으로 사용되기도 했다. 특히 성질이 따뜻하고 자양강장 효과가 있어 겨울에 추천하는 식품 중 하나이다.

들기름을 바로 짜서 향을 맡아보면 참기름인지 들기름인지 구분이 어렵다. 그저 고소한 향만 가득할 뿐이다. 바로 짠 들기름을 따듯한 밥에 두르고 간장으로 간을 맞추어 쓱쓱 비벼 먹고 묵은 나물에 조물조물 무쳐 볶아주면 질기던 섬유질도 부드럽게 느껴진다. 미역이나 무에 들기름에 넣고 달달 볶아 국을 끓여주면 쇠고기가 없어도 뽀얀 국물이 우러나며 구수한 맛을 내주기도 한다. 가을 버섯은 들기름과 특별한 케미가 있어 들기름에 노릇노릇하게 구운 표고버섯은 자연산 송이버섯 부럽지 않은 맛을 낸다.

들기름은 다른 기름보다 산패 진행이 빠른편이라 빛을 차단할수 있는 어두운 병에 담아 보관하고 실온보다는 냉장고에 보관하는 것이 좋다.

글=요리연구가 이미경(//blog.naver.com/poutian), 사진=네츄르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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